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이윤서(17·서울체고)는 요즘 다시 발놀림이 빨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들게 훈련을 이어가다 지난 1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이 11월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제대로 훈련하기 위해선 선수촌 시설이 필수인 체조와 사이클, 수영 대표 선수들이 가장 먼저 진천에 짐을 푼다.
이윤서는 “어릴 적 스트레칭을 할 때, 아버지께선 제 손끝이 닿을락 말락 한 곳에 지폐 한 장을 두고 그걸 잡아채면 가져도 좋다고 하시며 체조를 놀이로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며 “도쿄올림픽이 내년에 열리면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부담에 짓눌리기보다는 즐기는 기분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서는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부문 출전을 확정한 선수 6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메달 유망주로 꼽히는 여서정(18)보다 한 살 적다. 이윤서는 지난해 10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제49회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출전권을 획득했다.
국내 체조계는 현재 메달권에 있는 여서정뿐 아니라 이윤서도 주목할 유망주로 꼽는다. 이윤서는 지난 2015년 탁구 선수 신유빈(16·대한항공), 핸드볼 선수 이민지(19·SK)와 더불어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엔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등 4개 종목 합계 점수를 겨루는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여자 고등부 개인 종합 부문에서 총 52.365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51.999점을 따낸 여홍철(49·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도마 부문 은메달리스트)의 딸 여서정을 0.366점 앞섰다.
여서정과 마찬가지로 이윤서 역시 아버지 이종(50)과 오빠 이장원(23)이 국가대표 출신인 ‘기계체조 가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오빠를 보며 자연스레 기계체조에 발을 들였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식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주 종목은 이단평행봉이다.
“선수의 길이 워낙 힘든 것을 잘 아시는지라 아버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유전 탓인지 제가 체조 말고 다른 걸 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질 않더라고요.”
그는 지난 3월 27일 진천선수촌을 나온 이래 오전엔 온라인 수업을 듣고 오후엔 등교해 5시간 정도씩 기술 훈련을 하는 일과를 반복했다. 이윤서는 “올림픽이 연기돼 놀랐지만 준비할 시간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라며 "힘이 모자란 편이라 올림픽에 대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며 근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인 그는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 출전과 수험이 겹친다. 그는 “공부를 소홀히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엄연한 국가대표니 올림픽에 방점을 더 두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메달 색이나 순위보다 전 세계 체조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완벽한 경기’를 선보이는 게 꿈이다. 그는 “아직은 스스로 ‘너무 잘했다. 흠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며 “기왕이면 최고 무대에서 최선의 퍼포먼스를 펼쳐 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기계체조는 선수 생명이 비교적 짧다. 특히 여자 선수는 고교 3학년 즈음에 기량이 절정에 달하다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윤서는 성인이 돼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2016 리우올림픽 체조 4관왕인 시몬 바일스(23·미국)도 내년이면 24세인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잖아요? 좋아서 시작한 체조니 나이와 상관없이 힘닿는 곳까지 쭉 달려나가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