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30~44)=인공지능(AI)의 능력과 발전상을 과학 종사자 아닌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데 바둑은 최적의 모델이었다. AI 바둑은 2016년 알파고를 효시로 진화를 거듭, 어느덧 바둑 사회에선 신(神)과 동격의 지위를 확보하기 이르렀다. 천하 고수들조차 상상도 못할 파격적 발상을 쏟아내는 신종 AI들 앞에서 인간들은 그저 감탄하고 맹종할 뿐이다.

흑이 ▲로 끊은 장면. 이제 난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의 절단은 당연했고, 이후 35까지도 필연의 진행이다. 여기서 37이 도마에 오른다. 이 수로 참고도 흑 1~백 4의 수순을 통해 A로 조이는 수를 피한 뒤 5로 씌웠으면 백이 꼼짝없이 전멸한 것 아닐까. 하지만 AI ‘카타고’는 여기서 흑돌 옆구리에 붙이는 6이란 기상천외한 수를 보아놓고 있었다.

참고도 16까지가 카타고의 수순. 이 변화도의 핵심은 사석(捨石) 작전이다. 돌 몇 점 버리고 선수로 바깥을 싸바른다는 것. 이것이라면 외곽을 철벽으로 만든 백의 대성공이다. 하지만 실전 심리상으로도, 발상의 차원에서도 참고도 6 같은 수를 떠올릴 수 있는 인간 고수는 거의 없다. 카타고는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44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고 나섰는데…. (40 43…30, 4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