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카일 워커(왼쪽), 존 스톤스와 이들이 카타르에서 만나 입양하기로 한 길고양이 데이브. /존 스톤스 인스타그램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8강(프랑스에 1대2 패)에서 마친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비수 카일 워커(32·맨체스터 시티)와 존 스톤스(28·맨체스터 시티)가 우승컵 대신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12일 두 선수가 카타르에서 만난 길고양이 ‘데이브’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브(Dave)’는 스톤스가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카타르와 같은 이슬람권 국가에선 고양이를 청결한 존재로 여기고 길한 동물로 숭배한다. 그래서 여느 이슬람 국가처럼 카타르 길거리에선 고양이와 마주하기 쉽다. 현지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카타르엔 200만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있다. 카타르의 총 인구가 300만 정도 된다.

브라질이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패했을 때 현지에선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 도중 단상에 뛰어오른 길고양이를 브라질의 한 관계자가 목덜미와 등을 잡고 아래로 내던지는 바람에 ‘고양이의 저주’에 걸린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잉글랜드의 두 수비수와 데이브의 인연은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됐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숙소로 수도 도하에서 약 15㎞ 떨어진 고급 휴양지인 수크 알 와크라 호텔을 선택했다. 스톤스는 “이날 도착해 야외 탁자에서 워커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데이브가 나타났다”고 했다.

둘은 이후 소셜미디어에 데이브와 쉬는 모습을 공개하고 음식을 챙겨주는 등 데이브를 특히 예뻐했다고 한다. 워커는 지난 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월드컵에서 우승하게 되면 데이브를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승은 불발됐지만, 워커와 스톤스는 데이브를 외면할 수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는 “(잉글랜드가)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선수들은 데이브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데이브를 누가 키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워커가 더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데이브는 카타르에서 검사와 예방접종을 받은 뒤 영국으로 날아가 검역소에서 4개월의 격리 기간을 거친 후 선수들과 재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