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중 사망한 기자 그랜트 월. /@GrantWahl 트위터

미국의 한 유명 축구기자가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중 현장에서 돌연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월드컵 기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으며 당일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이 치러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그랜트 월(48) 기자가 숨졌다. 당시 경기는 연장전 도중이었고 월은 기자석에서 이를 취재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고통을 호소했고 그대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출동한 구급대가 약 20분간 현장에서 응급처치한 뒤 월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월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대회 열기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네덜란드의 놀라운 세트피스 골이다”는 짧은 글 두 개가 남겨져 있다. 후반전 종료 무렵 터진 네덜란드의 동점골 상황을 중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월드컵 개막 이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탓에 최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달 초에는 카타르 소재 병원을 방문한 뒤 “몸이 고장 난 것 같다. 3주간 잠도 거의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16강전(4일)이 열린 날 증세가 심해졌다. 가슴 윗부분에 강한 압박과 불편함이 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26년 경력의 월은 축구계에서 정평 난 베테랑 언론인이다. 팟캐스트 등 여러 활동을 겸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위터 팔로워 역시 85만여명에 달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의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입장하려다 제지당한 일로 화제를 모았었다.

그런 그의 죽음에 미국축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각국 축구계 인사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슬픔을 전하고 있다. 팬들은 월이 남긴 마지막 게시물에 추모의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