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 빵야 세리머니’가 7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세 번 나왔다.

포르투갈의 신예 공격수 곤살루 하무스(21·벤피카)가 총잡이였다. 그는 이날 스위스와 벌인 16강전에 선발 출전, 3골을 몰아치며 포르투갈의 6대1 대승에 앞장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신해 7일 스위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 선발 출장한 포르투갈 곤살루 하무스가 첫 골을 넣은 후 권총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하무스의 3골에 힘입어 6대1로 크게 이겼다./AFP 연합뉴스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1경기 3골)이자, 월드컵에서 32년 만에 나온 토너먼트 단계의 해트트릭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16강에서 체코의 토마시 스쿠흐라비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3골을 뽑아 4대1 승리를 이끈 이후 해트트릭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만 10번 있었다.

하무스에겐 지난달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4대0 승리)이 첫 A매치(국가대항전)이었다. 당시 그는 후반 교체로 들어가 골까지 넣었다. 카타르에선 H조 조별리그 1차전(가나)에 후반 43분 교체 멤버로 월드컵 데뷔를 했다. 2차전(우루과이)도 후반 37분부터 뛰었다. 한국과의 3차전엔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16강전에 하무스를 선발로 쓰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조별리그 3경기 선발이었던 간판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 대신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신해 7일 스위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 선발 출장한 포르투갈 곤살루 하무스가 손가락 세 개를 편 채 두 팔을 벌려 해트트릭을 자축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하무스의 3골에 힘입어 6대1로 크게 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산투스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호날두가 한국전에서 교체되어 나올 때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호날두는 후반 20분 벤치로 들어가면서 조규성(전북 현대)과 실랑이를 벌였다. 조규성은 “호날두에게 빨리 나가라고 했더니 포르투갈어로 욕을 하더라”고 했고, 호날두는 “닥치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산투스 감독은 토너먼트 첫 경기에 호날두를 벤치에 앉혔다. 포르투갈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그라운드에 선 베스트 11보다 벤치 앞에서 동료 후보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한 호날두가 더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하무스는 기다렸다는 듯 골 세례를 퍼부었다. 전반 1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까운 골대로 강력한 슈팅을 해 선제골을 뽑았다. 두 손으로 권총을 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2-0으로 앞서던 후반 6분엔 디오구 달로트(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밀어준 공을 골지역 오른쪽에서 돌려 넣었고, 4-1이던 후반 22분엔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든 뒤 입김을 부는 동작도 선보였다. 이날 그의 활약은 속사(速射)를 하고 난 권총처럼 뜨거웠다.

후반 교체 출전한 호날두./로이터 연합뉴스

호날두도 그라운드를 밟기는 했다. 그는 5-1로 앞서던 후반 29분 나왔다. 관중석에서 ‘호날두’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져 가던 시점이었다. 호날두는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진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선 상태에서 골 그물을 한 번 흔들긴 했는데,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그는 조별리그 가나전의 페널티킥 골을 포함해 지금까지 5차례 월드컵 21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토너먼트 단계에선 7경기 무득점이다.

호날두는 경기 후 포르투갈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는 동안 먼저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팀(알나스르)과 계약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빠져 나갔다.

포르투갈이 호날두 없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자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포르투갈이 호날두로부터 해방됐다”고 전했다. 2006 독일 대회 4위 이후 16년 만에 8강에 오른 포르투갈은 11일 모로코와 4강 진출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