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마친 태극전사들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눈물을 쏟는 선수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준비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모든 걸 다 쏟아냈기에 후회는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대회를 3주 앞두고 입은 얼굴뼈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채로 월드컵을 치른 손흥민(30·토트넘)은 연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수 제작한 검은 마스크를 쓰고 대회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이끌며 대표팀 투혼의 불씨가 된 그는 “선수들 모두 자랑스럽게 싸웠고, 헌신했고, 노력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승리로 마치고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동그랗게 모여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순간을 꼽았다. 그는 “저희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모여 기다렸던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

벤투호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은 “16강까지 오게 한 지난 세 경기를 돌이켜보면 저희가 고개 숙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리는 함께일 때 강하기에, 더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남겼다.

부상 때문에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낙마한 수비수 김진수(30·전북)에게 이번 월드컵은 8년을 기다린 무대다. 브라질전 하프 타임에 교체된 그는 경기 후 “솔직히 몸이 안 움직였다”며 “부족했지만, 제가 가진 체력을 다 썼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은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나 8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유럽·남미 강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하며 가능성을 밝혔다. 손흥민은 “앞으로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야 한다”며 “이게 끝이 아니고 더 잘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첫 월드컵을 치른 이강인(21·마요르카)은 “많은 걸 배운 대회”라며 “16강은 정말 잘한 거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되려면 모든 점에서 다 발전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한 조규성(24·전북)은 “유럽·남미 선수들과 부딪혀 보니 더 성장하고, 한 번 더 맞붙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이젠 열심히만 뛰는 게 아니라 똑똑하게, 전술적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