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 5일 카타르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폴란드와 벌인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29분 오른발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이날 2골 1도움으로 팀의 3대1 승리를 이끈 음바페는 월드컵 통산 9골로 ‘축구 황제’ 펠레를 제치고 만 24세 이전 나이에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AFP 연합뉴스

‘축구 황제’ 펠레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이 나이에 이토록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만 23세의 프랑스 특급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가 카타르에서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음바페는 5일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폴란드와 벌인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2골 1도움으로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상대 그물을 뒤흔들어 3골을 넣은 팀 동료 올리비에 지루,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알바로 모라타(스페인), 마커스 래시퍼드, 부카요 사카(이상 잉글랜드), 에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코디 학포(네덜란드)를 제치고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는 월드컵 두 번째 출전 만에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득점 기록도 따라잡았다. 음바페는 11경기 만에 9골을 넣어 2006 독일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5번 월드컵에 출전한 호날두(20경기 8골)를 제치고, 메시(23경기 9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음바페는 만 19세 나이로 출전했던 2018 러시아 대회에서 7경기 4골을 터뜨렸다.

또 음바페는 ‘원조 축구 황제’ 펠레를 제치고 만 24세가 되기 전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940년생인 펠레는 24세가 되기 전이었던 1958 스웨덴·1962 칠레 대회에서 6경기 7골을 넣었다. 펠레의 월드컵 통산 기록은 14경기 12골이다.

프랑스 대표 음바페가 4일 도하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음바페의 이날 활약은 왜 프랑스가 부상 병동에도 여전히 우승 후보로 꼽히는지를 보여줬다. 음바페는 전반 44분에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지루의 선제 골을 도왔다. 지루는 이 골로 티에리 앙리를 뛰어넘고 프랑스 A매치 최다 득점 기록(52골)을 세웠다. 음바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29분과 46분에 연달아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폴란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을 두 차례 막는 등 눈부신 선방을 보인 폴란드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폴란드)가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거의 멈춘 상태에서 찼는데도 그의 첫 골 슈팅 속도가 최대 시속 107㎞였다.

음바페는 득점과 도움뿐만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다. 이날 그의 최대 스프린트 속도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빠른 시속 35.3㎞였다. 이 숫자가 전광판에 나오자 경기장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음바페는 한순간에 경기를 바꿀 능력이 있다”며 “오늘 밤 프랑스에는 ‘위대한 음바페’가 필요했고, 그는 이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음바페를 상대했던 폴란드의 측면 수비수 매티 캐시는 “그의 마무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그는 내가 상대해 본 선수 중 최고다”라고 했다.

음바페, 펠레보다 무서운 기세

음바페가 앞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어떤 신화를 남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적어도 2번 이상 월드컵에 뛸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이번 대회 8강에 올랐고, 포르투갈도 16강전을 앞두고 있어 메시와 호날두가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지만, 두 선수 모두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은 상태다.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들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았지만, 음바페는 개인 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나는 이곳에 골든 볼(대회 최우수 선수)이나 골드 부트(득점왕)를 받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우승하기 위해 왔다”며 “월드컵은 나의 꿈의 무대다. 시즌 내내 월드컵을 위해 준비해왔고, 우리의 최종 목표인 우승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1일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한다. 잉글랜드-세네갈전에 앞서 경기를 끝낸 음바페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4년전 러시아대회때 잉글랜드가 준결승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하자 " 우승컵이 영국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잉글랜드 팬들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