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꺾은 코스타리카 비결은, 선수들 다독인 심리학자

카타르 월드컵 E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코스타리카는 지난 24일 스페인과 벌인 1차전에서 7대0으로 대패했다. 스페인의 막강한 공격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지난 27일 일본과의 2차전에서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 한 방으로 승리했다. 3차전에서 독일을 잡는다면 16강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다.

1차전에서 7점이나 내주고 대패하면 의욕을 잃기 쉽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월드컵에서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그 뒤에는 심리학자의 도움이 컸다. 28일 FIFA(국제축구연맹)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대표팀은 지난해 6월 루이스 페르난도 수아레스(63·콜롬비아) 감독 부임 이후 펠리페 카마초를 대표팀 전담 심리학자로 두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도 동행해 1차전에서 패한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고 2차전에서 승리를 챙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카마초는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며 반응 속도, 집중력, 기억력, 감정 조절 등에 대한 훈련을 도왔다. 월드컵 이전부터 세계 정상과는 거리가 먼 코스타리카 선수들에게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카마초는 “책임은 내가 진다.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성과가 나빠진다”고 했다.

코스타리카 대표팀 선수 프란시스코 칼보(30·터키 코냐스포르)는 “카마초는 오래전부터 우리 팀의 일부였다”라며 “멘털과 관련된 모든 것을 돌봐준다”고 했다. 셀소 보르헤스(34·코스타리카 알라후엘렌세)는 “월드컵 1차전에서 7대0으로 패한 팀이 마음을 다잡고 2차전을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스페인전 한 경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오랫동안 이렇게 해왔다”고 했다.

◇죽은 막내딸 추모한 스페인 감독

루이스 엔리케(52)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1대1로 비긴 27일(현지 시각)을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축구와는 관련이 없는 얘기다.

엔리케 감독은 이날 오전 경기에 앞서 자전거 타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오늘은 우리가 독일과 경기를 할 뿐 아니라, 사나가 13세가 됐을 날이기도 하다”며 “사나가 지금 어디에 있든 사나에게 좋은 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딸 사나는 3년 전 골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나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자 2019년 대표팀을 떠났다가 얼마 뒤 돌아왔다.

그는 “우리 딸은 더 이상 우리와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지만, 여전히 매일 존재한다”며 “우리가 경험하는 각각의 상황에서 딸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하며 웃고 그를 많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엔리케 감독에게는 23세 아들과 22세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