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팀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순위표. 이란 국기의 가운데 있는 이슬람 문양이 지워져 있다. /A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 B조에 속한 미국과 이란이 경기를 앞두고 장외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축구 대표팀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변형된 이란 국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이란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대표팀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B조 순위표에서 이란의 국기를 변형했다. 이란 국기는 녹색, 흰색, 적색 가로 띠와 중앙에 붉은색 이슬람 공화국 문양이 그려진 형태다. 그런데 미국은 이 문양을 삭제하고 삼색 띠만 있는 국기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했다.

미국 대표팀 관계자는 “이란 내 여성들이 기본 인권을 되찾는 운동을 지지하려는 취지”라며 “선수들은 이번 게시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튿날 이란 공식 국기로 바꿔 다시 게시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축구협회 측은 AP통신에 “미국의 행동은 FIFA 대회 규정 위반”이라며 “FIFA 윤리위를 통해 따져보려 한다. 미국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이란 축구 대표팀이 웨일스에 승리를 거두자 이란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에선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사건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대표팀도 지난 22일 잉글랜드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자국 내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정부 성향의 이란 축구 팬들이 공식 국기 대신, 이슬람 공화국 문양 자리에 ‘여성’ ‘자유’ 문구를 새긴 깃발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