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남고자 하는 한 사나이가 있다(Just a man and his will to survive).”

미국 록밴드 ‘서바이버’가 1982년에 발표한 노래 ‘호랑이의 눈(Eye of the Tiger)’ 가사 중 일부다. 동기 부여를 위해 이 노래를 즐겨 듣는 한 사나이가 자신의 첫 월드컵에서 살아남았다. 독일의 공격수 니클라스 퓔크루크(29·베르더 브레멘)의 얘기다.

독일의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28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에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퓔크루크는 28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5분 교체 투입돼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극장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1대1로 끝났지만, 독일은 귀중한 승점을 챙기며 16강 진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독일은 3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반드시 잡은 뒤 같은 조 일본과 스페인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노래 가사처럼 퓔크루크의 축구 인생도 파란만장했다. 그는 브레멘 유스 출신으로 2012년 프로 데뷔도 브레멘에서 했다.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해 여러 팀을 전전했고, 고질적인 무릎 연골 부상으로 신음했다. 그러다 2019년 친정팀에 복귀한 뒤 기적처럼 살아났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19골을 넣으며 팀의 1부 승격을 이끌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도 10골(공동 2위·14경기)로 펄펄 날고 있다. 퓔크루크는 최근 맹활약 덕에 전차군단에 합류했다.

지난 16일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 때 29세 280일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A매치 데뷔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날 2차전에선 조국 독일을 살렸다. 앞서 1차전에서 일본에 1대2로 일격을 당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독일어 ‘계속 간다’는 의미의 ‘바이테르 마헨(Weiter machen!)’이란 한마디로 비장함을 표현했던 그는 경기 직후 환호하는 사진을 올려 16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