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종이학 놓고 아리가토! - 일본 선수단이 23일 독일전 후 라커룸을 말끔히 치우고 떠났다. 탁자 위에 종이학과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일본어·아랍어로 남겼다. /FIFA(국제축구연맹) 트위터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4위 일본이 월드컵 통산 4회 우승국 독일(11위)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날에도 일본 축구 팬들은 어김없이 경기장 쓰레기를 치웠다.

일본이 극적인 2대1 역전 드라마를 쓴 23일 카타르 도하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모인 일본 팬들은 엄청난 환희와 열광에 빠졌다. 그래도 그냥 떠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남아 있는 병과 음식, 포장 용기 등 쓰레기 치우는 일을 도왔다.

영국 BBC는 “일본 팬들은 독일에 거둔 엄청난 승리를 축하하며 밤을 보내기 위해 자리를 뜰 수도 있었으나, 최고의 매너와 습관은 상황과 관계없이 깊이 배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폭스스포츠도 “스포츠에서 최고의 전통”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일본 팬들은 지난 21일 카타르와 에콰도르가 맞붙은 개막전이 끝나고도 경기장에 남아 쓰레기를 정리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대표팀이 출전한 경기가 아니었는데도 관중석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 넣을 봉투를 배포하기도 했다. 일본 팬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16강에서 벨기에에 2대3으로 진 상황에서도 쓰라린 마음을 안고 경기장 쓰레기를 치웠다.

한 일본 팬은 “우리는 일본인이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장소를 존중한다”고 바레인에서 온 한 인플루언서에게 말했다. BBC는 4년 전 스콧 노스 오사카대 사회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정리정돈으로 보여준다”며 “축구 경기 후 청소는 아이들이 직접 교실과 복도를 청소하며 학교에서 배운 기본적 행동의 연장 선상에 있다”고 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경기가 종료된 자정 무렵 승리를 기념하는 파란 물결이 곳곳을 덮었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의 거리와 바에는 파란색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녹색 신호등이 켜지면 스크램블 교차로(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일본”을 외치며 질주했다. 일본의 다음 경기는 27일 오후 7시 코스타리카와의 E조 2차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