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football) 종주국’ 잉글랜드가 2차전에 나선다. 상대는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와 구별하기 위해 축구를 ‘soccer’로 부르는 미국이다.

잉글랜드와 미국은 26일 오전 4시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는다. 지난 21일 1차전에서 이란을 6대2로 완파하며 조 1위에 오른 잉글랜드는 미국까지 꺾을 경우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짓는다. 반면 1차전에서 웨일스와 1대1로 비긴 미국은 잉글랜드를 반드시 잡아야 16강 청신호를 켤 수 있다. 질 경우 3차전을 앞두고 머리 아픈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 외 3명, 월드컵 ‘마스크 전사들’ -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을 펼치는 선수는 손흥민(30·토트넘) 외에도 셋 더 있다. 왼쪽부터 크로아티아 요슈코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 벨기에 토마 뫼니르(31·도르트문트), 튀니지 야스 샤히리(27·쾰른). 마스크는 선수의 부상 부위를 보호하는 동시에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로이터 뉴스1·AP 연합뉴스·EPA 연합뉴스

역대 전적에선 잉글랜드가 8승1무2패로 크게 앞선다. 가장 최근 만났던 2018년 11월 평가전에서도 3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 무대에선 1무1패로 미국에 힘을 못 썼다.

두 팀은 1950 브라질 월드컵에서 처음 대결했다. 이때 미국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대0으로 웃었다. 고교 교사, 편지 배달부 등으로 ‘투 잡(two jobs)’을 뛰던 아마추어 선수들로 급조된 미국 대표팀이 당시 축구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잉글랜드를 눌러 큰 화제가 됐다. 월드컵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장면은 훗날 ‘게임 오브 데어 라이브스(그들의 인생 경기)’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잉글랜드와 미국은 60년 뒤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재회해 1대1로 비겼다. 잉글랜드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미국 클린트 뎀프시의 평범한 슛을 놓쳐 허무하게 골을 내줬다.

카타르 월드컵 미국전에선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29·토트넘)이 득점포를 터뜨릴지 관심을 모은다. 1차전에서 잉글랜드는 6골을 넣었지만 케인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도움 2개로 지원했다. 케인은 후반 30분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는데 출전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1차전에서 2000년대생으로 대표팀 첫 월드컵 득점을 올린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아들’ 티머시 웨아(22·릴)가 버티고 있다.

오늘의 월드컵

26일 오전 1시 맞붙는 A조 네덜란드와 에콰도르는 양 팀 모두 2연승을 노린다. 두 팀은 1차전에서 각각 세네갈과 카타르를 2대0으로 제압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월드컵에서 우승 없이 준우승만 3번(1974, 1978, 2010년) 했고, 에콰도르는 16강 진출(2006년)이 최고 성적이다.

미국과의 1차전에서 월드컵 데뷔 골을 맛본 웨일스의 개러스 베일(33·로스앤젤레스FC)은 25일 오후 7시 B조 이란전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승리에 도전한다. 카타르는 지난 21일 대회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 패해, 92년 월드컵 역사에서 최초로 첫 경기 패배를 기록한 개최국이 됐다. 카타르가 25일 오후 10시 A조 세네갈전에서 설욕하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챙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