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킴(KIM), 저기도 킴이다. 어쩌면 한국의 뒷문은 ‘김(金)씨 5인조’가 지킬지도 모른다.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26명 중 수비 포지션은 골키퍼 3명을 포함해 12명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포백(4back)’ 전술을 구사할 경우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 좌우 풀백 김진수·김문환(이상 전북 현대), 센터백 김영권(울산 현대)·김민재(나폴리) 등 김씨 5명이 동시에 나서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외국 방송사가 한국 경기를 중계할 경우 유니폼 배번과 같이 적힌 이름을 보며 “킴이 킴에게 패스하고, 킴이 헤딩하고, 킴이 막아냈다” 같은 코멘트를 하며 난감해할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팀 킴’과 느낌이 비슷하다. 당시 한국 여자 컬링 대표 5명(출전은 4명)이 모두 김씨였다. 컬링에선 팀 이름을 주장 격인 스킵의 성(姓)을 따서 만드는데, 한국은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가 죄다 김씨라는 우연이 겹쳐 더 화제를 모았다.

축구 대표팀에서 결성될 가능성이 있는 ‘파이브 킴’ 중 김영권은 벤투 감독 체제에서 A매치(국가대항전) 출전 시간이 3651분(39경기)으로 가장 많았다. 김민재(3300분·37경기)가 그다음이다. 둘은 수비수이면서도 나란히 벤투호에서 3골씩 터뜨렸다. 김승규의 출전 시간이 4위(3223분·33경기 18실점). 이들은 부상 같은 돌발 악재가 없는 한 베스트 11으로 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왼쪽 수비다. 이 자리는 그동안 김진수가 주전급으로 지켰다. 그는 벤투호 수비수 중 김영권, 김민재 다음으로 많은 2249분(27경기·9위)을 소화했다. 하지만 K리그와 FA컵 등 국내에서 빡빡한 일정을 치르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이 바람에 카타르에 오기 전 마지막 소집 훈련을 건너뛰었고, 아이슬란드와의 최종 평가전도 결장했다. 그는 2014 브라질·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과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미리 받아놨던 월드컵 단복을 입어보지도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진수는 14일 도하에 입성하고 나서도 단체 전술 훈련에선 빠지고,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재활 과정은 사실상 끝났고, 이젠 떨어졌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벤투 감독은 김진수가 뛰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오른쪽 풀백이면서 왼쪽도 맡을 수 있는 윤종규(FC 서울)를 선발했다. 김문환의 쓰임새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김씨 수비수로 대표팀 맏형인 김태환(33·울산 현대)도 있다.

수비진에 김씨가 넘쳐나는 반면, 미드필더와 공격수 12명 중 한국에서 가장 흔한 김씨는 한 명도 없다. 황씨가 3명(황의조·황희찬·황인범)이고, 손씨(손흥민·손준호)와 이씨(이재성·이강인)가 각 2명, 그리도 동명이인 정우영이 있다. /도하=성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