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가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샤론하이츠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4라운드 18번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신인 시절 정상에 올랐던 곳에서 또 우승컵을 드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김효주(31)가 23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샤론하이츠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미 여자 프로골프)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올 시즌 첫 우승이자 투어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신인 시절이던 2015년 이 대회에서 거둔 그는 그로부터 11년 만에 다시 같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대회 첫날부터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김효주는 2라운드 4타 차, 3라운드 5타 차로 2위와 타수 차를 벌려 나갔다. 순조롭게 우승컵을 거머쥐는 듯했지만, 최종 4라운드에서 넬리 코르다(미국)와 접전을 벌였다. 김효주가 전반에 보기 2개, 버디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2위로 출발했던 코르다가 4타를 줄이며 따라붙었다. 10번홀(파5)에서 잠시 공동 선두를 이루기도 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러나 17번홀(파3)에서 코르다가 1m도 안 되는 파 퍼트를 놓치면서 격차가 2타 차로 벌어졌다. 18번홀(파5)에서 김효주가 보기, 코르다가 파를 기록해 김효주가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코르다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대회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상금 45만달러(약 6억8000만원)를 받았다. 그는 “(파운더스컵 우승 트로피가) 사실 집에 하나 있는데, 이렇게 추가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웃었다.

김효주는 열일곱 살이던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대만 프로 대회에서 우승해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그해 말 프로로 전향해 2014년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미국 LPGA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2017~201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미국이나 한국 또는 유럽 투어에서 1승 이상씩 꾸준히 올렸다. 현재 세계 랭킹도 8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다.

정교한 퍼팅 실력이 꾸준함의 비결로 꼽힌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김효주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135위(247.36야드)였으나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3위(1.73개)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는 1위(1.66개)에 올라 있다. 그는 최근 5년간(2022~2026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랭킹에서 4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포티넷 파운더스컵 트로피를 받은 김효주./AFP 연합뉴스

김효주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과 정교한 쇼트게임 실력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 외국 선수들과 비거리 경쟁을 하다 보니 스윙 리듬이 흐트러지고 멘털이 흔들리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는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보완했고 당시 근력 운동으로 늘린 체중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비시즌에 프로 데뷔 때부터 스윙 코치를 봐주고 있는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존 페이드에서 비거리가 더 잘 나가는 드로 구질로 바꿨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유연성을 체력과 기술로 극복해 가는 것이다.

김효주는 평소에도 긍정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경기에서 부진했거나 부상을 당했어도 잠깐 짜증을 냈다가 다시 평온을 찾는다고 한다. 잘 쳤든 못 쳤든 공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골프를 치면서 쉽게 집중한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코르다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지만, 안정적인 샷과 쇼트게임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김효주는 “이번 경기는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딱히 감정이 요동치지는 않았다. 내 샷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오는 27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포드 챔피언십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다. 2연속 우승과 대회 2연패(連霸)를 동시에 노린다. 그는 “결국 버디를 만들어야죠. 다음 주에도 버디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