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시장이 초고가 회원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경기 둔화, 기상이변, 유사회원권(정식 회원권이 아니면서 특정 골프장 이용권을 발행·판매하는 상품)과 대형 플랫폼(골프장들의 티오프 예약을 대량으로 확보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확산이 겹치면서 소비자 불신은 커지고 있다. 그린피 폭등과 예약 과열 현상은 여전하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제도권의 정비와 공정성 확보 없이는 소비자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회원권 시세 최근 동향
10일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에이스피(ACEPI·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는 1383.2포인트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결과다.
연초 대비 가격이 오른 회원권은 82개로 하락 종목(61개)보다 많았다. 서울CC는 6억2500만원에서 7억7500만원으로 2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남촌CC는 18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22%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스트밸리CC(22억 원), 남부CC(23억5000만원) 등도 10%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며 수도권 회원권이 시장을 주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고가 회원권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어 전체 시장의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기업 경기 둔화와 폭염·집중호우 같은 돌발 요인으로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지방, 그린피 격차 뚜렷
그린피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뚜렷하다. 수도권 대표 퍼블릭 코스인 레이크사이드(동·남 대중형)의 성수기 상한 요금은 주중 19만7000만원, 주말 25만8000만원에 달한다. 일부 코스에서는 토요일 오전 피크타임에 22만~24만원대를 책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라운드 총비용은 캐디피·카트비를 포함해 1인당 40만~50만원대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지방 퍼블릭 코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전북 임실 전주샹그릴라CC의 비회원 요금은 평일 10만5000만원, 주말 14만5000만원이며, 경북 칠곡 파미힐스CC는 평일 15만원, 주말 19만원이다.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처럼 명문 코스는 비회원 주말 요금이 26만원 수준까지 형성되기도 하지만, 수도권 피크 요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끌어올려지는 구조”라며 “예약 과열과 그린피 폭등의 근본적 원인은 수도권 편중에 있다.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할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효과 체감 못 해…슈링크플레이션 논란
정부는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대중제 골프장(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그린피 평균치를 맞춘 비회원제 골프장)의 지정 요건을 강화했고, 국회에서는 그린피 기준을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바꾸는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그린피 인하 효과는 카트비·식음료 인상으로 상쇄됐고, 회원제 골프장은 혜택 축소를 병행해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의 슈링크플레이션(제품이나 서비스 혜택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는 현상) 사례는 구체적이다. 과거에는 회원권 보유자에게 제공되던 그린피 할인 폭을 축소하거나, 카트비용 면제 혜택을 없애고 유료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일부 골프장은 회원 전용 로커와 무료 음료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그린피는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형식적으로는 요금 동결을 유지했지만, 혜택 축소로 사실상 인상 효과를 낸 곳이 많다”며 “이런 방식이 소비자 불만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유사회원권 공정성 논란
유사회원권과 대형 플랫폼(골프장들의 티오프를 대량 매입하거나 우선 확보한 뒤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온라인 예약 대행 서비스)은 대량 티오프(골프 라운드를 시작하는 시간)를 확보해 재판매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일부는 골프장과의 결탁 의혹까지 불거지며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돈만 있으면 좋은 시간대를 살 수 있다”는 불신을 드러낸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예약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경주신라CC는 주주회원제 특성을 살려 예약 내역을 회원에게 공개하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전반으로는 이러한 공개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이변과 M&A 리스크
폭염과 집중호우로 잔디 관리 비용이 늘고 라운드 수요가 줄자 골프장들은 유휴 티오프를 대폭 할인해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비회원이 오히려 더 저렴하게 라운드를 즐기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현상은 회원권 매수세를 위축시키며 거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골프장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전 분양식 자금조달이다. 정식 회원모집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기존 회원권 가치가 훼손되고 시세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회원제 골프장은 중과세와 발행 제한을 받고, 대중제 골프장은 세제 혜택을 누리며 대규모 분양이 가능한 구조 자체가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투명·분산이 해법”
회원권 시장은 거래량 감소에도 초고가 클럽의 강세와 수도권 요금 폭등, 지방 저가 요금이 공존하는 양극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시장 신호만으로는 체감이 안 된다”며 “가격·혜택·예약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할 정책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