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 우승을 거머쥔 성유진(23)은 데뷔 초엔 쟁쟁한 동기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동갑내기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이 2019년 신인상을 다툴 때 성유진은 신인상 랭킹 14위, 상금 랭킹 85위에 그쳐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하지만 이후 2020년 상금 랭킹 32위, 2021년 28위, 2022년 19위로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엔 첫 우승도 거뒀다.

성유진이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현경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KLPGA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선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했다.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350야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을 거뒀다. 16강에서 임희정, 8강 유서연(20), 4강에선 홍정민(21)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해 박현경과 맞붙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친구와 정정당당한 승부를 낼 수 있어 좋다. 독하게 마음먹고 경기하겠다”던 성유진은 역전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고 내내 앞서다 3홀 남기고 4홀 차로 경기를 끝냈다. 투어 통산 2번째 우승으로 상금 2억2500만원을 받았다.

성유진은 “항상 스스로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며 “매년 지난해보다 나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사실 한 번도 동기들보다 잘해본 적이 없었다”며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더니 좋은 날이 왔다”고 했다. 저혈압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 숨 쉬기가 힘들고,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도 있었지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유소년 골프에 꾸준히 기부해온 그는 “이번에도 기부할 예정”이라며 “유소년 선수들이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웠으면 한다”고 했다.

성유진이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