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불려 장타왕으로 거듭났던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가 더 이상은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장타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코 주위 낭종을 발견해 수술받으면서 2년 넘게 시달려온 현기증에서 벗어났는데, 이는 LIV 골프가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한 덕분이라고도 했다.

디섐보는 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0·7048야드)에서 개막한 아시안 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달러) 1라운드에 출전했다. 후반 들어 보기를 쏟아내며 고전했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우람했지만 전체적으로 전보다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이날 디섐보가 소속된 LIV 홈페이지에는 그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가 ‘2018년의 디섐보’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디섐보는 2018년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승을 거두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9년 말부터 20㎏ 가까이 체중을 늘려 드라이브샷 거리 400야드를 넘나드는 PGA 투어 최장타자가 됐다. 그 뒤로는 2020년 2승, 2021년 1승을 추가했다. 사우디 자본이 주도하는 신생 리그 LIV에 지난해 합류했으나, 2022년은 그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번도 우승을 못 한 해가 됐다.

디섐보는 지난해 봄 손목 수술을 받았고, 작년 11월엔 30년간 당뇨병으로 고생해온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얼마 뒤 디섐보는 전신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왼쪽 상악동에서 저류낭이 발견돼 그동안 콧속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년 12월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현기증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많아졌으며 생각이 명확해지고 말까지 유창해졌다”면서 “2018년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디섐보는 지난해 LIV에서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27.1야드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더는 전처럼 공격적으로 장타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몸집을 키운 것은 물론이고, 스윙 스피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극단적 훈련을 했다. 그러나 결국 현재의 골프 장비 기술로는 극대화된 볼 스피드를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요즘 7번 아이언으로 230야드, 9번 아이언으로 195야드 정도를 편안하게 친다고 했다. 이제 그는 건강을 더욱 추구한다. 밀가루, 유제품, 쌀, 옥수수, 계란 등을 피하면서 지난해 한 달 만에 몸무게를 8㎏ 이상 줄였다. 소화관 염증 수치가 급격히 좋아졌다고 한다.

디섐보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며 “다시 아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LIV에 합류한 뒤 긴 오프시즌이 주어진 덕분에 건강 문제를 발견, 치료한 뒤 회복까지 할 시간적·정신적 여유를 얻었다고 했다. LIV는 한 시즌에 PGA 투어보다 훨씬 적은 14대회만을 치른다. 그는 “휴식기를 충분히 가지면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