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4)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올 시즌 다섯 번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박민지는 9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687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븐파를 쳤다. 코스가 어려운 데다 온종일 비가 내려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가 6명뿐이었다.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친 박민지는 이날 1타 줄인 정윤지(22)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 첫 홀은 파로 비겼고, 연장 두 번째 홀 버디를 잡은 박민지가 파에 그친 정윤지를 꺾었다. 박민지는 이날까지 연장전을 모두 6번 치러 5번 승리했다.

시즌 5승, 통산 15승을 달성한 박민지는 상금 2억1600만원을 받았다. KLPGA 투어 역대 우승 횟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34)가 공동 1위(20승), 고우순(58)이 3위(17승), 박민지와 장하나(30)가 공동 4위다.

박민지는 지난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감기 몸살로 기권했다. 사흘간 푹 쉬며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한다. 이날 빗속에서 사투를 벌인 그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힘들다”면서도 “이상하게도 어려운 코스가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샷을 페어웨이에 올리기 위해 집중력을 다 썼기 때문에 버디 퍼트 넣기가 쉽지 않았다”며 “연장 두 번째 홀 버디 퍼트를 할 때는 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갤러리를 빨리 집에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고 했다. “3개 메이저 대회(한국여자오픈,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니 남은 2개 메이저 대회(KLPGA 챔피언십, 한화클래식)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했다. “영어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내년은 무리”라며 “대신 내년에는 해외 진출 준비를 하고 싶다”고 했다. “18세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력이 늘었고 내년, 후년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며 “노련함이 늘어 더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처음 KLPGA 투어 대회에 나선 박성현(29)은 공동 3위(이븐파)로 마쳤다. 16번홀 물에 빠질 뻔한 위치에서 칩인버디에 성공했고, 18번홀에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퍼트를 시도한 끝에 버디로 마무리했다. 코로나로 인해 3년 가까이 그를 대회장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팬이 찾아와 뜨겁게 응원했다.

박성현이 대회 10위 안에 든 것은 3년 만이다. KLPGA 투어에선 2016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까지 LPGA 투어 통산 7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1위를 지켰으나, 이후 어깨 부상 등에 시달리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오는 20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