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인스타그램 오는 23일 프레지던츠컵이 열릴 예정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할로 클럽에서 지난달 모인 세계연합팀 이경훈(왼쪽부터), 김시우, 최경주 부단장, 김주형, 임성재.

“한국 선수들의 중요성과 실력이 인정받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큰 대회에 4명이나 출전하는 건 멋진 일이다. 한국과 아시아 골프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많은 아시아의 어린 선수가 우리를 보고 영감을 받을 거니까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

21일 미국과 세계연합 팀(유럽 제외)의 남자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23~26일)을 앞두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주형(20)은 질문을 받자 영어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양 팀 24명 가운데 가장 어린 스무 살 김주형은 이번 대회의 마스코트처럼 주목받는다. 호주와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주형은 영어가 유창하고 농담을 잘해 다양한 문화권 선수들로 구성된 세계연합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2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 팀의 베테랑 선수인 애덤 스콧(42·호주)은 “톰 킴(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이미 PGA 투어 우승을 해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고,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는 “평소 한국 선수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느꼈는데 소통에 능숙하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김주형이 모두 해소해 주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주형은 “가장 어리기 때문에 농담을 많이 하고 유머로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한다”며 “반대로 미국 팀 에이스인 스코티 셰플러에게는 경기 중 농담으로 힘들게 하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PGA 투어는 에너지 넘치는 그를 두고 세계연합 팀의 ‘CEO(Chief Energy Officer·활력 책임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 중 맏형인 이경훈은 “꼭 출전하고 싶었던 대회에 나와 기쁘고 긴장도 된다”며 “한국 동생들이 많이 있어서 분위기가 좋고 함께 팀을 이루면 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 창설된 이후 역대 전적에서 미국이 11승 1무 1패로 압도해 ‘대항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로 세계연합 팀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세계 3위 캐머런 스미스(호주)를 비롯해 호아킨 니만(칠레), 마크 리슈먼(호주), 카를로스 오르티스, 아브라암 안세르(이상 멕시코) 등이 빠졌다. 미국 선수 중 세계 랭킹 15위 이내는 스코티 셰플러(1위), 패트릭 캔틀레이(4위), 잰더 쇼플리(5위), 저스틴 토머스(7위), 콜린 모리카와(9위), 샘 번스(12위), 조던 스피스(13위), 토니 피나우(14위), 빌리 호셜(15위)까지 9명이나 된다. 반면 세계연합 팀은 세계 17위의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최고 순위다. 미국 골프 채널은 “올해 미국 선수들의 세계 랭킹 평균 순위는 11.6위, 인터내셔널 팀은 48.9위다”라며 전력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세계연합 팀 선수 12명 중 8명이 첫 출전이다.

이렇게 전력이 기울어진 경기에서 세계연합 팀의 비밀 병기는 역대 가장 많은 4명이 출전한 ‘코리안 브러더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은 임성재(24)와 김주형에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단장 추천으로 이경훈(31)과 김시우(27)가 가세했다. 최경주(52)가 부단장으로 활약한다.

PGA투어는 세계연합 팀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칠 선수 1위로 임성재를 꼽는다. 임성재는 2019년 호주 대회에서 3승 1무 1패를 거두며 ‘세계연합 팀의 가장 센 무기’라고 불렸다. 임성재는 “세계 랭킹을 보면 미국이 이길 것 같지만 호흡을 잘 맞추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성재와 나란히 두 번째 출전인 김시우는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분위기가 미국 쪽에 쏠릴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이 중심이 돼서 팀이 하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3일 막을 올리는 프레지던츠컵은 첫날 포섬(두 명이 공 1개를 번갈아 침) 5경기, 둘째 날 포볼(두 명이 각자 경기 후 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삼음) 5경기, 셋째 날 포섬 4경기·포볼 4경기, 넷째 날 싱글 매치플레이 12경기로 치러진다. 이기면 1점, 비기면 0.5점이다. 2인 1조로 경기하는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 평소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한국 선수들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