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한화 클래식 1라운드에서 지은희가 러프에 들어간 공을 찾고 있다. (KLPGA 제공)

국내 톱랭커들이 총출동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도 대거 나선 메이저대회였지만 모두가 ‘악마의 코스’에 쩔쩔맸다. 60대 타수는 고사하고 언더파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결국 7년만에 오버파 우승자를 배출했다.

28일 강원 춘천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파72·6777야드)에서 끝난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은 홍지원(22·요진건설)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정규투어 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지원은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리며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런데 '기록'은 썩 좋지 않다.

홍지원의 최종 스코어는 1오버파 289타. 기준타수보다 한 타를 더 쳤음에도 트로피를 차지했다.

우승자가 오버파를 기록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KLPGA투어의 경우 2000년 이후 이번까지 총 8번의 오버파 우승이 있었다.

2000년 롯데백화점 클래식(김형임·2오버파), 2001년 타이거풀스 토토 여자오픈(임성아·1오버파), 마주앙 여자오픈(박소영·3오버파), 2005년 하이트컵 여자오픈(이선화·3오버파), 2007년 아시아 마일즈 빈하이 레이디스 오픈(나다예·6오버파), 2008년 MBC투어 엠씨스퀘어컵 크라운CC 여자오픈(오채아·3오버파), 2015년 한국여자오픈(박성현·1오버파) 등이다.

홍지원은 2015년 박성현 이후 7년만에 오버파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긴 러프 때문이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스 난이도 조절을 위해 3개월 가량 러프 쪽 잔디를 깎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번 대회 러프 길이는 무려 100㎜에 달했다. 통상 60~70㎜ 정도만 되도 긴 러프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의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러프가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잔디 결마저 불규칙해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다. 한 마디로 러프 쪽에 공이 들어가면 탈출이 쉽지 않았다. 긴 러프에 빠진 공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KLPGA 측은 포어캐디를 동원해 빠르게 공을 찾도록 하기도 했다.

길이가 길지 않은 경우 러프에 빠지더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샷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번 대회에선 일단 공을 빼내기 위한 '레이아웃'을 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러프가 마치 벙커와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한화클래식 경기 도중 러프에 들어간 공을 찾고 있는 포어캐디들. (KLPGA 제공)

우승자가 오버파인만큼,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는 더욱 나쁘다. 박민지(24·NH투자증권)는 지난해 6승, 올해도 3승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자지만 이번 대회에선 나흘동안 5오버파로 우승자 홍지원보다 4타가 뒤처졌다. 그럼에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고 여겨지는 기준인 '톱10'의 성적은 무려 11오버파다. 일반적인 대회였다면 하위권에 머물렀어야 할 스코어지만 이번 대회에선 이 정도 기록으로 '톱10'에 오를 수 있었다. 대상포인트 부문 1위인 유해란(21·다올금융그룹)을 비롯해 5명이 공동 10위를 마크했다.

모든 이들이 오버파를 기록한 만큼, 한 라운드라도 언더파를 치면 순위는 크게 상승했다. 4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친 박지영(26·한국토지신탁)은 전날 공동 28위에서 공동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문정민(20·SBI저축은행)은 4라운드에서만 무려 13오버파로 부진했다. 최종합계는 20오버파 308타가 됐지만, 그럼에도 공동 48위였다. 그 밑으로 더 나쁜 성적의 선수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9오버파의 '컷 마지노선'을 통과한 뒤 4라운드를 모두 치른 이들 중 가장 성적이 저조한 선수는 나희원(28·하이원리조트)이었다. 그는 3, 4라운드에서 모두 80대 타수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6오버파 314타로 경기를 마쳤다.

LPGA투어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가진 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LPGA투어 1승의 신지은(31·한화큐셀)은 최종합계 8오버파 296타로 고전했는데, 이 스코어도 공동 6위로 이번 대회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당장 올해도 우승을 차지한 '맏언니' 지은희(36·한화큐셀)은 2라운드까지 10오버파를 기록해 9오버파의 컷 마지노선을 뚫지 못하고 돌아가야했다.

이번 대회의 코스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선 ‘메이저대회’ 다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판단이었다는 호평이 나오는 반면, 한편에선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로 인해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갤러리들의 보는 재미도 헤쳤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