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6승을 올린 박민지(24)는 12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를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원래는 “18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우승만 바라보고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시작 전 핀 위치를 확인하고는 “떨리고 걱정됐다”고 했다. “샷을 홀 가까이 붙이기 어려워 퍼트로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짐과는 달리 방어적인 플레이를 했다.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 레전드 코스(파72·6633야드) 1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갔다. 출전 선수 63명 중 이날 언더파는 10명, 최고 성적이 3언더파(현세린)였다. 박민지는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잃지도 않았다. 위기가 닥쳐도 파 세이브를 해내면서 17홀을 버텼다.
아무도 박민지를 따라잡지 못했다. 한때 그를 1타 차까지 추격했던 신인 김민주(20)와 2타 차로 벌어진 채 18번 홀(파5)에 들어섰다. ‘우승을 해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나올 만한 장면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위험할 것 같다고 끊어 가면 우승할 자격이 없다’고 마음먹은 그는 과감한 투 온에 성공했다. 긴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며 시원하게 마무리했다. “마지막 홀 끝나고 이렇게 활짝 웃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글 하나로 정말 행복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친 박민지는 김민주(11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3라운드 연속 1위)을 달성했다. 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투어 통산 12승, 시즌 2승을 달성한 그는 올 시즌 처음 다승을 이뤄 상금 랭킹 1위(4억1903만원)로 올라섰다.
그는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이번 대회도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 2연패했다. 한 시즌에 두 번 이상 타이틀 방어를 해낸 선수는 역대 KLPGA 투어에서 고(故) 구옥희(1982년·3회), 강수연(46·2001년·2회), 김해림(33·2017년·2회)에 이어 박민지가 4번째다.
지난해 상금왕과 대상을 거머쥔 그는 올 시즌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기록 욕심보다는 다양한 해외 경험을 쌓아 더 발전하고 싶다”며 “(다음 달 미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엔 부족한 것이 많아 미국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