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에게 우승 축하를 받는김비오.

한국 남자 골프의 개척자인 최경주(52)는 드라이브샷 비거리에서 적게는 20~30야드, 많게는 50야드가량 동반 선수들에게 뒤졌다. 최경주만 드라이버를 잡고, 다른 선수들은 공이 코스를 벗어날까 걱정해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잡는 홀도 있었다.

그런데 더 긴 클럽으로 두 번째 샷을 먼저 하는 최경주의 공이 더 홀 가까이 붙었다. 같이 경기하던 장타자 김홍택은 이런 장면이 거듭하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곤 했다.

5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최종 라운드. 최경주는 버디 7개(보기 1개)를 잡아내며 6타를 줄여 공동 7위(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비오(왼쪽)가 5일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2 파이널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와 축하의 키스를 하고 있다. 지난달 8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김비오는 한 달 만에 우승을 추가하며 올 시즌 KPGA 첫 다승자가 됐다. /KPGA

그는 1997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최다 출전(20회), 최다 우승(3회), 최다 컷 통과(19회) 기록을 갖고 있다. 아들뻘 선수들과 경쟁해 10위 이내 성적을 거둔 최경주의 성적은 전성기 시절 우승 못지않은 결과다.

최경주는 “나흘 내내 후배들과 경기하면서 정말 행복하고 힘이 됐다”며 “내게 특별한 비결은 없고 공이 예쁘게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연습을 많이 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개막 이틀 전 미국에서 도착해 시차 적응이 안 됐는데도 그는 매일 경기를 마치면 두 시간 이상 훈련을 더 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한 시간 정도 공을 치고, 연습 그린으로 옮겨 또 한 시간 이상 공을 굴렸다. 지난 2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부진했던 최경주는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연습 좀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 8승을 거두고 시니어투어에서도 1승을 거둔 최경주는 “더 많은 국내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며 “실패해도 손해가 아니고 일단 부딪쳐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세리머니하는 김비오.

대회 우승은 이날 버디 8개로 8타를 줄인 김비오(32)가 19언더파 265타로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차지했다. 2위 강윤석(12언더파 272타)과는 7타 차이가 났다. 종전 대회 최소타 기록은 배상문(36)이 2010년 대회 우승 때 세운 266타다.

김비오는 올 시즌 코리안투어 대회에 3번 출전했는데 지난달 8일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에 이어 2승 고지에 올랐다. 시즌 첫 다승자다. 또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상금 3억원과 SK텔레콤 오픈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을 보태 상금 순위 1위(5억6000만원)를 달리고 있다. 2019년 DGB 금융 볼빅 대구 경북오픈 우승 때 갤러리한테 손가락 욕설을 날려 퇴출 위기를 겪기도 했던 김비오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모습이다. 김비오는 2012년에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상금왕을 차지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와 판박이로 올해 10년 만의 상금왕 탈환에 도전하게 됐다.

코리안투어 통산 8승째인 김비오는 최소타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2012년 우승 때는 당시 후원자였던 넥슨의 고(故) 김정주 회장께서 핀크스 GC에서 많이 운동하도록 배려해주셨고,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을 때도 많은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추억이 많은 핀크스에서 경기하면 더 힘이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