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프슨(26·미국)과 공동 선두를 달리던 넬리 코르다(23·미국)가 미 플로리다주 펠리컨 골프클럽(파70·6353야드) 17번홀(파4)에 들어섰다. 티샷까지는 좋았다. 한 달 만에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 복귀한 세계 랭킹 1위 코르다는 15일 최종 라운드가 열린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총상금 175만달러)에서 올 시즌 네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웨지샷이 그린 주변 경사에 떨어지더니 한참 흘러내렸다.

넬리 코르다가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AFP 연합뉴스

세 번째 샷은 벙커에 들어갔다. 네 번째 샷이 겨우 그린에 올라갔다. 여기서 3퍼트를 해 트리플 보기가 됐다. 강한 승부욕으로 이름난 코르다의 마음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18번홀(파4) 세컨드 샷을 할 때까지 혼자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화를 풀었다”는 그는 “1분만 시간을 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라는 캐디의 말을 듣고, 6번홀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 집어넣은 장면을 마음에 그렸다”고 했다.

효과가 있었다. 단독 선두 톰프슨과 2타 차로 벌어졌던 코르다는 18번홀에서 6.4m 버디 퍼트를 넣었다. 톰프슨은 보기로 1타를 잃었다. 코르다와 톰프슨, 김세영(28), 리디아 고(24·뉴질랜드)는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를 쳐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다시 열린 연장전에서 코르다는 또 7m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을 차지했다. 트리플보기로 무너지기는커녕,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에너지 삼아 결정적 버디를 연달아 잡아냈다. 통산 7승을 올린 그는 세계 2위 고진영(26)과 나란히 시즌 최다승인 4승을 달성했다. 올해의 선수 랭킹에서 고진영(181점)을 밀어내고 선두(191점)로 올라섰다.

코르다의 아버지는 1998년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체코 출신 페트르(53)다. 언니는 함께 LPGA 투어에서 뛰는 제시카(28), 남동생은 테니스 선수 세바스티안(21)이다. 페트르는 어려서부터 둘째 딸 넬리의 승부 근성을 알아보고, 같이 골프 칠 때마다 약을 올리고 화를 돋웠다고 한다. “아버지랑 돈 내기를 하면 매번 내가 져서 돈을 냈다. 나는 잔뜩 성났을 때 한 단계 발전한다고 아버지가 언제나 말했다. 오늘도 17번홀 경기를 망치고 나서 화가 치밀어 씩씩거렸다.”

코르다는 다음 주 시즌 최종전 CME그룹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에서 고진영과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됐다. 현재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10점, 상금은 23만4996달러(약 2억7700만원) 차이로 코르다(223만7157달러·약 26억3800만원)가 고진영(200만2161달러·약 23억6100만원)을 앞선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를 공동 6위(13언더파)로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잔디 적응이 조금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여러 타이틀을 의식해서 잘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시즌 최종전도 일반 대회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연장전에서 코르다에게 져 공동 2위에 머문 김세영은 LPGA 투어 ‘연장 불패’를 이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통산 다섯 번째 연장전에서 처음 우승을 놓쳤다. 올 시즌 한 대회를 남겨놓은 현재까지 미국 선수들이 8승, 한국 선수들이 6승을 했다. 한국은 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국가 자리를 7년 만에 미국에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