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23)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7일 KLPGA 투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한 임진희가 축하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KLPGA

임진희는 27일 경기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6610야드)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 4라운드를 공동 13위로 출발해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 줄였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그는 투어 최고의 스타 박현경(21), 장하나(29) 등 공동 2위 7명을 1타 차로 제쳤다.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임진희가 연장전을 대비하며 기다렸지만, 경쟁자들은 마지막 1타를 끝내 더 줄이지 못했다.

임진희는 “오늘 머리가 약간 아파서 그냥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며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얼떨떨하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와 최근 후원 계약을 맺은 그는 대리운전 전화번호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트로피를 들었다.

임진희는 2·3부 투어를 거쳐 2018년 1부 투어에 데뷔했다. 투어 카드를 지키지 못해 매년 시드전을 치렀고, 지난해엔 다시 2부 투어로 내려갔다. 1부 투어에서 뛴 3시즌 동안 톱텐에 들어본 게 이번 우승을 포함해 3번뿐이다. 손목 통증에 시달린 올 시즌엔 10개 대회에 출전해 5번 컷 탈락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엔 자신의 특기인 쇼트게임과 퍼트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13번 홀(파5) 8.4m, 17번 홀(파4) 11.7m 버디 퍼트를 넣었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처음 접했다. 함평골프고에 진학하면서 뒤늦게 골프 선수로 진로를 정했다. 국가대표·상비군 등 주니어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연습량이 많다”며 “아침에 일어나 연습하고, 점심 먹고 연습하고, 저녁에 체력 운동하고 쉬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데뷔했을 때 샷 거리도, 정확도도 좋았는데 순전히 ‘1부 투어는 어렵다’고 겁을 먹어서 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겁만 먹지 않으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었다”고 했다.

상금 3억원과 첫 우승이 올해 목표였다고 한다. “오늘 임진희라는 이름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도 (동갑으로 시즌 5승을 거둔) 박민지만큼은 아니지만, 올해 더 많이 우승하기 위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