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17번홀(파3, 143야드) 11타 상황

“17번 홀 그린은 다른 홀보다 훨씬 단단하게 만드는 게 틀림없다.”

웨지 샷으로 탄도 높게 날린 티샷이 그린에 맞고 튕겨 물에 빠지는 바람에 결국 더블보기를 적어낸 PGA투어 13승 관록의 실력파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12일 개막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결국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그의 분노를 자아낸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 17번 홀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파3홀이다.

그린 사방이 연못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홀인데 그린 가운데가 왕관처럼 솟은 거북 등 모양으로 생겼다. 조금이라도 길게 치면 그린에 공이 떨어져도 튕겨 나가고, 짧은 공은 백스핀이 걸려 물에 빠진다. 티샷을 물에 빠뜨린 골퍼는 홀에서 83야드 떨어진 드롭존에서 공을 치지만 공포감에 질린 그 샷 역시 실수하기 쉽다.

이 홀 호수는 아마추어 라운드까지 포함해 매년 10만~14만개의 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하루 평균 300개 안팎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대회당 평균 47개가 물에 빠졌는데 이날 1라운드에선 무려 35개가 빠졌다. 그린 왼편 뒤쪽에 핀을 꽂는 바람에 홀을 직접 노린 선수 상당수가 탄식을 흘렸다.

안병훈. AP연합뉴스

12일 최대 희생양은 한국 선수인 안병훈이었다. 그는 살짝 짧은 티샷이 그린 앞쪽 물에 빠진 다음, 드롭존에서 친 세 차례 샷이 그린 뒤쪽이나 앞 연못에 빠졌다. 결국 9온 2퍼트로 11타(8오버파·옥튜플 보기) 만에 간신히 홀을 빠져나왔다. 2005년 밥 트웨이(9오버파 12타·노뉴플 보기)에 이어 이 홀 역대 최대 타수 2위 기록이다. 당시 트웨이는 3라운드 16번 홀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다 17번 홀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결국 5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안병훈은 17번 홀 충격을 지워버리지 못한 듯 18번 홀(파4)에서도 티샷을 물에 빠트려 더블보기를 했다. 그는 1라운드를 11오버파 83타, 153명 중 150위로 마쳤다. 안병훈은 트위터에 “운이 안 좋은 날도 있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하지만 오늘 17번 티샷은 완전 엉망이었다”고 올렸다. 이날 케빈 나도 17번 홀에서 세 차례 공을 물에 빠트리며 8타를 치는 등 9오버파 81타로 1라운드를 마친 후 허리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