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이 부임 1년 만에 경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참석하는 긴급 임원회의를 16일 오전 10시에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 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장시간 회의를 갖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축구협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황보관(59)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는 A대표팀을 비롯한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을 물색하고, 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한다. 의결 기구가 아니라 자문 기구 성격을 띠고 있어 최종 결정권은 정몽규 회장에게 있다. 지난 13일 임원회의에 이어 전력강화위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오면서 클린스만을 유임시키기엔 부담이 너무 커졌다.
이날 전력강화위에는 마이클 뮐러(59) 위원장을 포함한 8명 위원이 참석했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요르단과 준결승 전날 저녁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시비 끝에 몸싸움을 벌인 것에 대해 클린스만은 “선수단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와 팀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팀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등 반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선수 몸싸움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이강인 법무 대리인이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황보관 본부장은 “다툼에 대한 전반적인 팩트는 파악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추가적으로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사태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선수단 내부 일을 너무 빠르게 인정한 게 되레 의혹을 부른다는 지적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라 협회로선 빨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황보 본부장은 해당 선수 징계 가능성에 관해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전력강화위 위원들은 요르단을 준결승에서 만나 0대2로 완패한 데 대해 두 번째 만나는 상대임에도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클린스만은 부진 원인을 선수단 내부 문제로 돌리며 전술 부재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원회에서는 클린스만이 전임 감독과 달리 국내에 거의 머무르지 않는 모습이 한국 축구팬들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선수 선발과 관련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클린스만은 부임 이후 국내에 상주하면서 K리거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대신 주로 자택이 있는 미국과 손흥민·김민재 등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 뛰는 유럽에 주로 머무르면서 외유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대표팀 명단도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고, 아시안컵에선 같은 선수들만 계속 쓰는 빈약한 용병술로 질타를 받았다. 황보 본부장은 “일부 위원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이 당장 닥쳤는데 (성급한 교체보다는) 장기적으로 클린스만과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체로 클린스만이 여러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고 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은 태국과 내달 21일(홈)과 26일(원정)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다.
축구협회가 클린스만을 중도 경질한다면, 2026년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한 조건에 따라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하며, 그 규모는 7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