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후반 이강인이 득점하고 조규성과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5일 앉지 못하고 계속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표정도 굳어 있었다. 평소 온화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던 평가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부임해 “아시안컵 우승이 1차 목표”라고 여러 번 말해왔다. 클린스만호가 출범한지 줄곧 목표로 삼아온 대회의 첫 경기였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동안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1차전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인 바레인이었다. 23위 한국의 무난한 우세가 예상됐지만 실제 경기는 달랐다. 바레인은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거센 몸싸움으로 일관했다. 한국도 맞섰다. 전반에만 옐로카드 5장(한국 3장)이 나올 정도로 거칠었다. 중반까지 경기력도 대등했다. 전반 38분 황인범이 골대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차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6분 문전 앞에서 발 앞에 떨어진 공을 바로 차 넣은 바레인 압둘라 알하샤시(32·알 알리)에게 1-1 동점골을 허용했다.

예상과 달라 당황한 한국 팀에서 기세가 꺾이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최근 대표팀 주 득점원으로 떠오른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었다. 이강인은 동점골을 허용한지 5분정도 지난 후반 11분 벼락 같은 중거리 슛을 꽂아 넣었다. 골대 정면 페널티 아크 한걸음 뒤에서 공을 잡고, 바로 왼발로 감아 찬 슛이 그대로 골대 왼쪽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이강인은 웃는 대신 속이 시원하다는 듯 포효했다.

집중력을 유지한 이강인은 또 골을 넣었다. 후반 24분 페널티박스 우측 안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오른발로 슛을 할 것처럼 속이면서 바레인 수비수들을 제쳐냈고, 이강인은 유유히 왼발로 골대 오른쪽 구석에 공을 차 넣었다. 이강인은 이제서야 만족한다는듯 가볍게 웃었다. 이강인은 이날 2골을 포함해 유려한 드리블로 바레인 수비진을 내내 뒤흔들면서 한국 대표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은 골 감각에 물이 올랐다. 지난해 10월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과 함께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은 이날 2골까지 포함해 최근 대표팀 6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주장 손흥민(32·토트넘)도 이날 종횡무진했다. 중원에서 앞으로 알맞은 패스를 배급하는가 하면, 어느새 최전방으로 뛰어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기도 했다.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역시 드리블을 시도하는 상대 공격수의 공을 전부 뺏어냈다. 특유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도 선보였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에서 6승6무를 거뒀지만, 2골차 이상으로 이긴 건 2번째다. 크메르공화국에 4대1로 이겼던 1972년 태국 대회 이후 52년만이다. 2015년 대회에선 오만에 1대0, 2019년 대회에선 필리핀에 1대0으로 한 수 아래 상대에게도 아슬아슬하게 이겼는데, 이날은 달랐다.

시원한 승리에 숨겨진 불안 요소도 있다. 거칠었던 경기 탓에 한국 선발진 5명이 전부 옐로 카드를 받았다. 대회 규정 상 4강전 부터 옐로 카드가 소멸된다. 8강전을 포함한 5경기에서 옐로 카드를 하나 더 받으면 다음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중엔 한국 핵심인 주장 손흥민, 중앙 수비수 김민재,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26·미트윌란)도 있었다. 이기제(33·수원), 박용우(31·알 아인)도 옐로 카드를 하나씩 받았다.

역습에 번번이 뚫려 슈팅까지 허용했던 수비도 불안했다. 수비 위주로 일관하던 바레인이 약속했던 순간 갑자기 공격을 전개하자 한국 수비는 당황했다. 빠른 속도로 제 자리에 돌아오긴 했지만, 당황한 탓에 상대 공격수 1명에게 2~3명이 달라 붙었고, 공을 건네 받은 다른 공격수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전반 33분 그렇게 기회를 잡은 바레인 알리 마단(29·아지만)이 슛을 놓치지 않았다면 선제 골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한국은 2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가진다. 요르단의 FIFA 랭킹 역시 87위로 한국보다 아래지만, 이날 경기 중반까지 바레인과 팽팽한 접전을 펼친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인범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