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오현규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뒤 축구 국가대표팀 내 조규성(25·전북) 입지는 거칠게 없어 보였다. 2021년 9월 파울루 벤투 전 감독 눈에 들어 첫 대표 데뷔전을 치르고 월드컵을 마칠 때까지 A매치 20경기 6골.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 경기에선 교체로 나와 헤딩 2골을 기록하면서, 포르투갈과 3차전에는 붙박이 선배 공격수 황의조(31·FC서울)를 제치고 선발로 나섰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번 겨울 유럽 축구 무대에서 러브콜이 쏟아졌고 스코틀랜드 리그 셀틱과 조건을 조율했으나 결국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시즌 중 합류하면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 여파였을까. 지난 시즌 K리그 31경기 17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그는 이번 시즌엔 4경기 1골. 그나마 1골이 페널티킥이었다. 유럽 무대에 남은 미련이 집중력 부족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사이 오현규(22·셀틱)가 급부상했다. 오현규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 정식 선수가 아닌 예비로 동행해 볼보이를 자처하면서 애썼지만 월드컵 무대를 밟진 못했다. 그러나 셀틱이 조규성 대신 오현규 잠재력을 높이 사 구애를 펼치자 오현규는 소속팀 이병근 수원 감독에게 하루에 세 번씩 직접 찾아가 이적을 부탁했다. 그 열망이 결실을 봐 지난 1월 셀틱으로 전격 이적했다.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10경기 3골을 넣으며 활약을 펼쳐 이젠 ‘예비’가 아닌 정식 선수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최근 취임 기자회견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클린스만호가 첫선을 보이는 24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누가 공격 축구 첨병을 이끌지 주목하고 있다. 신구(新舊) 3인방, 조규성·오현규·황의조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조규성은 189㎝ 키에 공중볼 경합에 능하고, 넓은 시야로 패스도 능숙하다. 오현규와 경쟁에 대해 “축구를 하면서 당연히 겪는 것”이라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현규는 활동량이 많고 전방 압박에 강점을 보인다. 키도 185㎝. 공중볼 경합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스스로 내세운다. 그는 “지금은 태극마크가 영광스럽다는 생각뿐이다. 셀틱에서 잘해온 것처럼 감독님 앞에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잠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원조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도 낮지 않다. 황의조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침묵한 뒤 최근 소속팀에서도 4경기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A매치 53경기 16골을 넣었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스만 감독은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공격수들이 상당히 수준이 높다”며 공격수 3인방을 칭송했다. 선수 시절 전설적 골잡이(독일 국가대표 A매치 47골)로 통했던 그는 “내가 공격수로 경험한 걸 앞으로 가르쳐주겠다”고 공언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콜롬비아는 많이 배고픈 상태로 한국에 왔을 것이다. 최근 4경기에서 3승 1무로 성적도 괜찮다”며 “이런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콜롬비아는 지난해 9월 멕시코, 과테말라, 11월 파라과이를 연달아 격파하고 지난 1월 미국과 비겼다.

손흥민(31·토트넘)은 ‘클린스만호’에서도 주장으로 뛴다. 역대 대표팀 주장 중 최장 기간인 4년 7개월째다. 이전 최장수 주장은 1975년 6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완장을 찼던 김호곤(72) 전 수원FC 단장.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인 만큼, 손흥민이 중간에 은퇴하지 않는 한 8년 가까이 주장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주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콜롬비아전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경기를 하다 보면 골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승리할 수 있다”며 “주장으로서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서 플레이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24일 콜롬비아전은 오후 8시에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다. 라다멜 팔카오,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세계적 선수들이 있는 콜롬비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17위. 25위 한국보다 높다. 상대 전적은 한국이 4승2무1패로 앞선다. 최근 맞대결인 2019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 평가전에서도 한국이 2대1로 이겼다. TV조선이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