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같은 해외 무대를 보면 30대 후반인데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저는 이제 34세인데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주장 신진호(34)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미드필더로 31경기에 출전해 포항의 중원을 담당, 그라운드를 가르는 시원하고 정교한 패스로 포항 공격의 물꼬를 텄다. 4골 10도움으로 2011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고, 라운드 베스트11엔 11번이나 뽑혔다. 프로축구연맹이 경기마다 선수별 평점을 매기는데, 올 시즌 신진호의 경기당 평균 평점은 7.22점으로, 함께 K리그1 MVP(최우수선수) 후보에 오른 이청용(울산·6.95점), 김대원(강원·7.07점), 김진수(전북·6.92점)보다 높았다. 리그 우승팀인 울산의 주장인 이청용에게 밀려 MVP는 놓쳤지만, 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신진호는 중원을 장악한 축구 도사였다”는 평도 이어졌다.

30대 중반 들어 기량이 만개한 신진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뛰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겪은 그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걸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그는 2017년 ‘스포츠 탈장’ 진단에 수술을 받았다. 운동을 많이 하는 이들에게 발생하는 사타구니 탈장을 흔히 스포츠 탈장으로 부른다. 회복은 더뎠다. 조금만 뛰어도 배가 아팠고 통증에 잠을 설쳤다. 주위에선 “이제 축구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매진했다. 호흡을 가다듬어 배에 무리가 가지 않게 했고, 격한 운동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서서히 효과를 봤지만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지금 그는 “내가 가장 잘하는 건 몸 관리. 속칭 ‘나쁜 짓’을 안 한다”고 할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쓴다. 탄수화물·염분이 많은 한식은 피하고 파스타 같은 양식을 먹는다. 술은 1~2달에 한 번 와인 1잔만 마신다. “나는 정말 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한 그의 모든 일상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 오르는 데 맞춰져 있다.

신진호가 스스로 매긴 올해의 성적은 80점이다. 그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적이 있어 아쉽고, 골을 더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20점을 뺐다. 포항은 올해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시즌 9위에 비하면 괄목할 성과다. 하지만 신진호는 “나는 만족 못 한다. 우승하고 싶고,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한다”고 말했다.

/포항=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