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3일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41분 프리킥 골을 터뜨리고 있다. 1-2로 끌려가던 한국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 낸 골이었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34골을 넣었으며, 이 중 프리킥 득점(4골)은 하석주와 함께 역대 한국 대표선수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이 후반 41분 페널티 박스 바로 앞 정면에서 우두커니 선 채 골문을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1-2로 뒤지던 상황,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뒤였다.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이 힘차게 찬 공은 일직선으로 날아가 오른쪽 골문에 날카롭게 꽂혔다. 손흥민은 짧게 기뻐하고 나서 팀 동료에게 경기 재개를 위해 수비 진영으로 돌아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A매치 통산 34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전까지 공동 4위였던 김재한, 이동국을 제치고 단독 4위가 됐다. 이 부문 3위인 박이천(36골)과는 2골 차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23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슈팅수에서 21-6으로 앞서는 등 경기 내내 몰아붙이며 황희찬과 손흥민이 상대 골문을 열었지만, 기회를 잘 살린 코스타리카에 2골을 내주며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다. 수비에서 많은 숙제를 받아낸 평가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우리는 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코스타리카는 적은 기회를 전부 살려냈다”며 “과정은 좋았으나 결과가 아쉬웠다”고 했다.

◇확실한 손흥민표 프리킥

지난 6월 4차례 평가전에서 거둔 수확 중 하나는 손흥민이 직접 골로 연결하는 프리킥이었다. 손흥민은 당시 칠레,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경기 연속으로 문전 프리킥을 성공했다. 그리고 이날도 패배 위기에 놓인 대표팀을 구해내면서 손흥민의 프리킥은 벤투호의 확실한 득점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손흥민은 이외에도 경기 내내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필드 전체를 돌아다니는 ‘프리롤’을 수행하면서 때로는 수비 미드필더 정우영(33·알 사드)보다 더 내려왔고,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보다 더 앞서나가기도 했다. 날카로운 슈팅과 돌파를 계속 선보이며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녔다.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황희찬. /장련성 기자

덕분에 상대적으로 헐거운 수비를 받은 왼쪽 미드필더 황희찬(26·울버햄프턴)에게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전반 28분 윤종규(24·서울)가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땅볼 패스를 침착하게 왼발로 때려 골대에 꽂아 넣었다. 지난 6월 칠레와의 평가전에 이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이다.

김민재(26·나폴리)는 공격적인 수비로 든든하게 후방을 지켰다. 강하게 상대 공격수에게 몸싸움을 걸면서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경기 막판 빠르게 달려오는 상대 공격수를 등으로 밀어 저지해낸 건 김민재가 보여준 수비의 백미였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대표팀은 김민재 덕에 중앙 수비는 탄탄했으나, 측면 수비에서 여러 차례 불안함을 노출했다. 전반 40분 코스타리카의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에서 날아온 공을 주이슨 베네테(18·선더랜드)가 한국 골문 바로 앞에서 가볍게 차 넣었다. 베네테가 오른쪽에서 쇄도해 오는데 이를 견제하는 수비수가 없었다.

윤종규와 김진수(30·전북) 등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걸 주문받은 탓에 역습을 당할 때 수비수 숫자가 부족했다. 후반 18분 역전 골을 허용했을 땐 수비수 3명이 공격수 4명을 막아야 했고, 결국 베네테에게 다시 골을 허용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가나, 우루과이, 포르투갈이 충분히 공략 가능한 지점”이라고 했다.

특히 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벤투호에서 가장 약한 포지션으로 분류된다. 이날은 A매치 2경기 출전에 불과한 윤종규가 깜짝 선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황희찬에게 준 도움을 포함해 경기 내내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였다. 하지만 공격에서 힘을 뺀 듯 수비에서 적극적으로 상대를 막아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카메룬전엔 이강인 나설까

이강인(21·마요르카)은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경기엔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에 대해 “이강인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나서지 못했다”며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오는 카메룬과의 평가전은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TV조선에서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