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하는 손흥민 - 손흥민(오른쪽 아래)이 3일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 날린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자 관중이 하나가 되어 아쉬워하고 있다. 손흥민은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슈팅 등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친 주말이었다. 김민재(26·나폴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시즌 2호 골을 넣었고, 스페인 라리가 이강인(21·마요르카), 그리스 프로리그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독일 분데스리가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등은 일제히 도움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맏형’ 손흥민(30·토트넘)은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만점짜리 활약을 펼치며 찬사를 받았다.

◇손흥민, 득점 빼고 다 했다

손흥민은 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 선발로 출격해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골은 불발됐지만, 위협적인 슈팅을 4번 날렸다.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팀 내에서 4번째로 높은 평점 7.4점을 손흥민에게 줬다.

손흥민은 올 시즌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대한 밀착 마크였다. 찰싹 달라붙은 수비수와 몸싸움 중에 패스를 받아 특기인 ‘치고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이날 압박 수비를 뚫기 위해 패스가 좋은 수비수인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메로, 클레망 랑글레를 동시에 출격시켰다. 셋이 함께 선발로 나온 건 올 시즌 처음이다. 덕분에 상대 수비가 허술한 틈에 후방에서부터 공이 빠르게 연결됐고, 뛰면서 공을 받을 수 있게 된 손흥민은 상대 간담을 수차례 서늘하게 했다.

전반 10분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골문으로 감아 찬 공이 땅에 한번 튕겨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해리 케인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심판진 판단으로 골은 무효 처리됐다. 손흥민은 전반 33분엔 뒷공간으로 침투해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을 날렸으나 골대 상단을 강타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이날까지 개막 6경기 동안 골 침묵을 보인 것에 대해 “오늘 보여준 경기력을 생각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만간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힘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득점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했다”고 손흥민을 평가했다. 토트넘은 개막 6경기 4승2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3위를 유지했다.

◇김민재는 골, 이강인은 도움

김민재는 같은 날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라치오와의 원정 경기에 5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높이 뛰어올라 머리로 공을 굴절시켜 시즌 2호 골을 터뜨렸다. 나폴리는 2대1 역전 승을 거뒀다.

나폴리 수비수 김민재가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22~23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5라운드 라치오와의 경기 전반 38분 동점 골을 넣고 있다. (SSC 나폴리 공식 홈페이지 캡쳐)/뉴스1

본업인 수비도 확실했다. 이날 김민재는 세리에A 지난 시즌 득점왕인 치로 임모빌레를 틀어막았다. 덩치가 좋은 임모빌레와의 경합에서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루치오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은 “김민재가 나폴리 축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외적으로 빠르게 잘 적응했다”고 했다.

이강인은 지로나와의 스페인 라 리가 홈 경기에서 후반 42분 왼발로 감아올린 코너킥으로 도움을 올렸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2도움)로 기세를 이어갔다. 팀은 1대1 무승부에 그쳤지만, 이강인은 평점 7.97점(후스코어드닷컴)으로 양 팀 선수 중 최고 평점을 얻었다.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는 팀 이적 후 2경기 만에 시즌 첫 도움을 신고했다. 그는 이날 이오니코스FC와의 그리스 수페르리가 엘라다 홈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던 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 정확한 패스로 팀 동료의 골을 도왔다. 팀은 3대1 승리. 같은 팀 황인범(26)도 풀타임을 뛰며 공격을 조율했다.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은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전에서 전반 9분 교체 투입돼 후반 6분 미하엘 그레고리치의 역전 골을 도왔다. 시즌 첫 도움과 함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아쉬웠다. 사우샘프턴과의 홈 경기에 후반 37분 교체 투입돼 별다른 활약 없이 경기를 마쳤다. 울버햄프턴의 홈 팬들은 ‘그의 이름은 황희찬, 그는 엄청나게 잘한다’는 가사의 노래로 최근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고 있는 황희찬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