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양손을 들고 세리머니하는 모습. 이승우가 지난 21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까지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다시 태극 마크를 달 수 있을지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게 이렇게 들어가네요!”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이승우(24)가 ‘원더 골’을 터트리자 오범석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렇게 감탄했다. 후반 17분 코너킥 상황. 공이 상대 수비의 머리를 맞고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높은 포물선을 그렸다. 이때 이승우가 골대를 등진 채 공을 쫓아가더니 몸을 틀면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대 오른쪽 구석에 공이 꽂히자 이승우는 특유의 익살맞은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팬들은 환호했다. 이 선제골로 앞서나간 수원은 2대1로 승리했다.

◇이승우, ‘카타르의 조커’ 될 수 있나

이승우는 최근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K리그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팀 성적이 8위(승점18)에 그치는 와중에도 그의 존재는 빛난다. 지난 2019년 이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이승우가 다시 태극 문양을 달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도 커져간다.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엘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트라위던(벨기에) 등 유럽 무대에서 통산 65경기 4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체격이 작아 거친 몸싸움을 버거워했다. 유럽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작년 12월 한국에 돌아와 수원FC에 입단했다. 이승우는 K리그에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지난 3월 데뷔골을 터트린 후 이날까지 7골을 성공시켰다. 득점 순위 6위로, 수원 FC의 확실한 창으로 거듭났다.

“공중볼을 따내라” -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현대 김기희(왼쪽)가 FC서울 황현수와 헤딩 경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상대 수비수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슈팅을 하는 게 이승우의 큰 장점”이라며 “완벽히 적응을 마친 것처럼 보이는 만큼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소집도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월드컵 멤버로 뽑힐 경우 막판 승부를 내기 위해 투입되는 ‘조커’로 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7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선다. A매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은 뛸 수 없다. 반면 K리그 선수들은 가능하다. 이승우는 “대표팀 합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규는 패스 능력 키우며 꿈 이어가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32)도 카타르를 노리는 K리그의 대표 골잡이다. 지난 시즌 22골을 넣으며 5년 만의 국내 선수 득점왕에 올랐다. 올 시즌도 17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무고사(인천·14골), 조규성(김천·11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팀도 3위(승점29)를 달린다.

주민규는 작년에 골잡이로 주가를 끌어올렸음에도 대표팀의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에겐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이 뒤따른다. 활동 반경이 좁고 패스 플레이를 펼칠 만한 시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대표팀에 가고 싶은 꿈이 있고, 나 역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던 주민규는 올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스 능력을 발전시켰다. 리그 도움 공동 1위인 세징야(대구), 이영재(김천·이상 5도움)에 이어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중앙에서 수비수와 경합하는 능력이 좋은 그가 공을 빼주는 패스 플레이를 하면서 팀의 공격 루트가 넓어지고 있다. 주민규가 활동량을 늘려 수비 가담 능력까지 갖춘다면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