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바스켓퀸' 정선민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눈물을 훔쳤다. 공식 기자회견 중 휴지로 눈물을 닦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 감독은 그 누구보다 코트 위에서 냉정했기에 무척이나 놀라운 모습이었다. 관계자가 정 감독에게 휴지를 전달했을 정도다. 그는 쑥스러운 듯 "아니었다. (이)경은이가 훌쩍거리기에…"라며 슬쩍 미소지었다. 정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들어온 이경은은 울컥한 듯 순간 눈물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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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는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북한과의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93대63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광저우(은메달), 2014년 인천(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은메달·단일팀)에 이어 4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뒤 정 감독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동메달이라도 가치있다. 꼭 따기 위해 하나가 돼 이겨보자'고 했다. 모두가 너무나도 잘 뛰어줬다. 12명 모두가 코트를 밟고 마무리할 수 있어 기분이 정말 좋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동메달을 획득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확히 일주일 만의 '리턴매치'였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북한과 겨뤘다. 당시 한국이 81대62로 승리했다. '정선민호'는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터너먼트에 올라갔다. 8강에서 필리핀을 잡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4강에서 일본에 패하며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북한은 C조 2위를 기록했다. 8강에서 인도를 잡았지만, 준결승에서 중국에 완패했다.

다시 만난 북한은 경기 초반 한국을 흔들었다. 한국은 한때 리드를 허용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하길 바랐다. 수비부터 다시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 분위기 자체가 밀리는 자체가 있어서 교체를 통한 활발한 움직임을 시도했다. 이소희 진안 등이 어려운 시기에 투입돼 잘해줬다. 분위기 반전 상황이었다. 선수들의 역량이 굉장히 잘 발휘됐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잘 넘겼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은 2021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임기는 이번 대회까지였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정 감독은 "이 대회가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대회였다. 앞으로의 일은 새 대표팀 감독이 되실 분께서 고민하셔야 할 부분이다. 오늘 유종의 미를 잘 거둔 것 만으로도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다른 말씀보다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