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전성현. /KBL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 전성현(31)이 신생팀 고양 캐롯으로 팀을 옮겨 주득점원 역할을 맡게 되자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유는 그의 시야. 주특기인 외곽슛만은 따라올 선수가 없지만, 패스 능력에는 늘 의문 부호가 붙었다. 오세근, 변준형 등 수비를 분산시킬 공격 자원이 많았던 전성현의 전 소속팀 안양 KGC와 달리 캐롯에서는 전성현이 공격 일선에 나서야 했다. 이중, 삼중으로 막는 수비를 뚫어낼 만큼 전성현의 패스 실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우려는 시즌 개막과 함께 보기 좋게 깨졌다. 전성현은 올 시즌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외곽에 있는 팀 동료에게 알맞은 패스를 뿌려주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줬다. 아니면 스크린(상대 수비수의 동선을 가로막는 것)을 받고 빠지는 선수에게 적절하게 공을 건넨다. 전성현의 올 시즌 한 경기 평균 어시스트는 3.3개다. 지난 시즌(1.5개)을 제외하면 데뷔 이후 6시즌 내내 1.0개가 안 되던 분야에서 일취월장을 이뤄냈다.

상대가 패스를 의식해 무작정 달라붙지 못하게 되니, 자연스레 주특기인 슛도 불을 뿜었다. 이를 잘 보여준 게 지난 25일 전주 KCC와의 경기였다. 전성현은 이날 패스를 고루 뿌리며 어시스트를 8개 했고, 위축된 수비수를 요리하며 3점슛 6개를 포함해 30점을 넣었다. 전성현의 활약 덕분에 캐롯은 KCC를 93대90으로 이겼다. 전성현은 올 시즌 커리어하이인 평균 19.8점을 넣고 있고, 그 활약에 힘입어 캐롯은 3위(3승1패)를 달린다.

전성현은 “아직도 어시스트하는 게 익숙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전 경기를 보고 생각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고참으로서 혼자 잘하는 게 아니라 다같이 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계속 안양에 있었다면 그저 그런 슈터로 남았을 것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이니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전성현과 여섯 시즌째 함께하고 있는 김승기 캐롯 감독도 그의 성장을 높이 샀다. 김 감독은 “성현이가 이제는 경기 흐름을 잘 읽는다. 상대 수비를 역이용하고 동료들을 잘 활용한다”며 “확실한 A급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