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MVP - 13세에야 농구공을 처음 만졌던 그리스 소년, 14년 뒤 NBA(미프로농구) 왕좌에 앉았다. 21일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등번호 34)가 오른손에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벅스는 이날 피닉스 선스와의 NBA 챔피언결정전 6차전(7전4선승제)에서 105대98로 승리, 시리즈 4승2패로 우승했다. /AP 연합뉴스

명불허전(名不虛傳). 코트에선 역시 ‘괴인’이었다.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27)는 21일 피닉스 선스와 벌인 NBA(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홈 6차전에서 50점(14리바운드 5블록)을 쏟아부으며 105대98 승리를 이끌었다. 팀 전체 득점의 거의 절반을 혼자 해결한 것이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서 50점 10리바운드 5블록을 달성한 선수는 NBA가 블록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73-1974시즌 이후 그가 처음이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의 원정 1~2차전을 내줬던 벅스는 3~6차전을 잡으며 4승2패로 우승했다. NBA의 전설적 선수 카림 압둘 자바와 오스카 로버트슨이 뛰었던 1970-1971시즌 첫 정상에 오른 이후 50년 만에 통산 두 번째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챔피언전 MVP(최우수선수)는 아데토쿤보에게 돌아갔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35점(13리바운드 5어시스트)으로 활약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5차전까지 자유투 성공률은 50%대에 머물렀는데, 6차전에선 19개 중 17개(89.5%)를 넣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아데토쿤보에게 MVP는 낯설지 않다.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처음 챔피언전에 올라 우승과 챔피언전 MVP를 휩쓸었다. 지난 3월 열렸던 올스타전에서도 MVP를 받았으니 상복이 터졌다.

아데토쿤보는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불법 이민을 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5형제 중 셋째였던 그는 형과 거리에서 시계, 선글라스, 가방 등을 팔며 집안 살림을 거들었다. 축구와 육상을 했던 부모에게 물려받은 뛰어난 신체 조건(211㎝)과 운동 능력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 지역 농구 클럽을 거쳐 그리스 2부 리그에 뛰며 두각을 드러냈다. 18세 땐 그리스 시민권까지 받아 20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다. 2013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벅스(전체 15순위)에 지명된 아데토쿤보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의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꽃피우며 골밑을 지배하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8시즌 동안 연봉으로 벌어 들인 수입은 1억860만달러(약 1252억원). 앞으로 5시즌은 총 2억2800만달러(약 2629억원)를 받는다.

8년 전 벅스의 홈 경기장에 처음 들어섰던 19세 청년은 압둘 자바와 로버트슨의 영구결번 유니폼을 보고 “15년이나 20년 후 내 이름도 저 위에 걸리길 바란다”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그리스의 괴인’으로 거듭나 만 27세가 되기도 전에 모든 것을 이룬 아데토쿤보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NBA 파이널에서 뛰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이 여정의 일부분이 된 것만으로도 기뻤다”면서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에서 뛰는 게 좋다. 중독성 있는 느낌이랄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