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10구단 감독들은 우승 후보로 SK(7표)와 KGC인삼공사(2표), 오리온(1표)을 각각 꼽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을 비웃듯 전창진(58) 감독이 이끄는 KCC가 무섭게 치고 나갔다. 2라운드 초반 처음 1위로 올라선 KCC는 잠시 3위까지 내려갔다가 3라운드에서 선두를 되찾은 이후 지금까지 약 세 달간 1위를 굳건히 지킨다.
KCC는 28일 창원 원정에서 LG를 82대73으로 꺾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강력한 시즌 MVP 후보인 송교창이 19점 13리바운드로 활약했고, 귀화 선수인 라건아가 22점 18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같은 날 2위 현대모비스도 전자랜드를 90대73으로 꺾었다. KCC는 남은 4경기 중 1승만 거두거나 2위인 현대모비스가 1패만 해도 정규리그 1위 축배를 든다. 추승균 감독 시절인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이다.
전창진 감독은 최근 본지 통화에서 “시즌 중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돌아가며 제 몫을 해줬다”며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동부(현 DB)와 그 전신인 TG·TG삼보에서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전 우승 각각 3회, KT에서 정규리그 1위를 한 차례 차지한 전창진 감독은 유재학(58)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KBL 최다 감독상 수상(5회) 경력을 갖고 있다.
2015년 KGC인삼공사 감독에 선임된 후 승부 조작 혐의로 중도 사퇴한 전 감독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2019년 KCC에서 4년 만에 감독직에 복귀했다. 부임 첫해인 2019-2020시즌엔 코로나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전 감독은 “오랜 만에 돌아온 지난 시즌엔 놓친 부분이 많았다”며 “농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결국 훈련에서 해답을 구했다.
“우리 팀 선수들이 가끔 ‘저 팀 이틀 쉴 때 우린 하루 쉬어요’ ‘다른 팀이 한 시간 할 때 우리는 두 시간 반 합니다’라며 푸념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훈련할 때 자신과 팀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 의지와 훈련량이 올 시즌 KCC를 강팀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감독은 이번 시즌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자주 가졌다. 선수의 성향과 감정을 이해하고 왜 이런 훈련이 필요한지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고 하자 “시대가 바뀌었다. 나도 원래 강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선수들 칭찬을 해달라는 말에 전 감독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송교창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아요. 어린 나이에 주축이 됐지만 우쭐대는 법이 없고 늘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선수입니다. (이)정현이도 많은 시간 소화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KT 감독 시절 조성민이나 박상오가 그랬듯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지도자로서 희열을 느낀다”며 정창영도 칭찬할 선수로 꼽았다. 2019년 LG를 떠나며 은퇴 위기를 맞았던 정창영은 올 시즌 평균 8.2점으로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로 꼽힌다.
KT 사령탑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사실상 확정한 전 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전 우승이다. 마지막 챔프전 정상은 동부 시절인 2008년이었다.
전 감독은 “어렵게 코트로 돌아온 만큼 기회를 준 KCC 구단에 꼭 우승컵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챔프전에선 상명초·용산중 동창이자 라이벌인 유재학 감독의 현대모비스와 만날 가능성도 있다. 둘은 아직 챔프전에서는 격돌한 적이 없다. 전 감독은 “만약 만난다면, 유 감독이 나보다 한 수 위인 만큼 도전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 인생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농구로 희로애락을 다 맛봤지만 그래도 기뻤던 날들이 훨씬 많았다”며 “열정적인 KCC 팬들 앞에서 챔프전 우승을 이룬다면 내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