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준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치른 일본과의 주말 2연전을 1무 1패로 마감했다. 15일 1차전은 4대11로 완패했고, 16일 2차전에선 9회 말 2아웃에서 터진 김주원(NC)의 극적인 솔로 홈런으로 7대7로 비겼다. 2017년 이후 일본과 11전 1무 10패다. 일본을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절대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한국은 두 경기 모두 경기 초반 타선의 도움으로 3-0 리드를 잡고도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흔들리며 역전을 허용하고 끌려갔다. 투수들의 제구력 불안이 문제였다. 1차전에 사사구 11개를 내줬고, 2차전엔 무려 12개를 허용했다. 2차전 7실점 중 4점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줬다.
2차전 선발로 나선 프로 1년 차 정우주(한화)는 3이닝 동안 4탈삼진 무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묶었다. 2회에는 볼넷과 자신의 2루 송구 실책,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사사키 다이의 타구를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이시가미 다이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도쿄돔 첫 등판이자 한일전이라는 부담을 감안하면 ‘만점 데뷔전’이었다.
마운드에서 정우주가 버티는 사이 타선은 3회 말 공격에서 먼저 3점을 뽑았다. 1사 만루에서 송성문(키움)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고, 이어진 1사 1·3루에서 더블 스틸로 한 점을 더 보태 3-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정우주에 이어 4회 등판한 오원석(KT)과 조병현(SSG)이 볼넷 4개와 안타 2개로 3점을 내주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4회 말 1점을 추가했지만, 5회 만루 위기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적시타를 맞아 4-6 역전을 허용했다. 8회 초엔 배찬승(삼성)이 또 밀어내기로 7점째를 허용했다.
패색이 짙던 9회 말 김주원이 구세주가 됐다. 6-7로 뒤진 9회 말 2아웃에서 타석에 선 김주원은 일본의 마무리 오타 다이세이의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견수 뒤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만들었다. 연장 없이 경기는 7대7로 끝났다.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는 작년부터 모든 구장에서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를 도입했다. 하지만 WBC 본선에선 로봇 심판이 아닌 심판이 육안으로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고, 이번 평가전도 마찬가지였다. ABS에 익숙해진 대표팀 투수들이 국내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서 경기한 일본 투수들이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두 경기 23개의 사사구를 스트라이크 존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확인한 아쉬운 경기였지만, ‘테이블 세터’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2루수 신민재(LG)는 이틀 동안 팀 내 최다인 4안타를 때렸고, 2번 타자 우익수 안현민(KT)은 두 경기 연속 홈런포로 장타력을 뽐냈다. 특히 안현민은 1차전 4회 초 비거리 129m에 달하는 선제 2점 홈런을 날렸고, 2차전에서도 7-5로 뒤진 8회 말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안현민의 홈런이 터질 때마다 도쿄돔 내 일본 팬들은 잠시 말문을 잊을 정도였다. 일본 대표팀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도 “공을 제대로 맞히면 비거리가 대단하다. 일본에서도 그렇게 멀리 치는 선수는 많지 않다”며 “메이저리그급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