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오재원 사태’로 어수선한 프로야구 두산의 이승엽(48) 감독이 “모든 게 야구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 선수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승엽 두산 감독. /뉴스1

이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리그 2위 NC와의 3연전을 앞두고 “야구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 구단이 자진 신고를 했고, 규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그 사안에) 걸려 있다는 게 안타깝고, 빨리 (팀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에 따르면 두산 구단은 소속 선수 8명이 오재원(39)씨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 건넨 사실을 약 2주 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2007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오씨는 2022시즌까지 현역 시절 총 16시즌 동안 두산에 몸담았다. 두산은 한 팀에서만 줄곧 뛴 그를 위해 은퇴식을 열기도 했다.

현재 오씨는 마약을 투약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을 대리 처방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2023년 4월에는 지인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 수면 유도제) 2242정을 받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사들인 혐의도 적용됐다. 아울러 오씨는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산 소속 현직 야구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두산 구단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훈련 시작 전 선수단은 그라운드 한 편에 모여 단체 미팅을 진행했다. 박흥식 수석코치가 미팅을 주도했고, 선수단 대부분은 열중쉬어 자세로 경청했다.

이 감독은 “수석코치께서 미팅을 진행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구단에서도 수습을 할 것”이라며 “저희는 경기를 해야되고, 팬 여러분들이 경기장에 또 오시기 때문에 경기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이 잘못된 것이다. 후배들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게 저 역시 야구 선배로서 면목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