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올 프로야구 최약체로 분류됐다. 팀 공격 핵심이던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 안우진(25)마저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건너뛰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물론 팬들도 대부분 키움을 최하위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5일까지 9경기 5승4패로 5위에 올라 있다. 개막 4연패를 당했으나 이후 5연승을 내달렸다. LJH(이정후)가 떠났지만, 같은 또 다른 LJH(이주형)가 연승 과정에서 복귀해 맹활약을 펼치면서 타선에 힘을 더해준 효과가 크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키움 히어로즈 선두타자 이주형이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2024.04.05. ks@newsis.com

지난 2월 대만 2차 스프링캠프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해 조기 귀국한 이주형(23)은 시범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재활에 매달리다 2일 삼성전부터 1군 무대에 섰다. 단 3경기만 나섰을 뿐인데 존재감이 대단하다.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던 2일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8대3 승리를 이끌었고, 4일에는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으로 10대1 대승에 앞장섰다. 5일에도 5타수3안타. 3경기 동안 13타수 10안타(타율 0.769)를 치면서 6득점으로 톱타자 역할을 100% 수행했다. 2루타와 3루타도 1개씩 기록했다. 1군 복귀 경기를 치르기 전 “복귀 첫날이라 1군 투수들의 공이 빠르게 느껴질 것 같다. 삼진 안 당하고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2경기만 보면 그런 말이 엄살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주형은 지난 시즌 키움 주축 선발투수 중 하나인 최원태가 LG에 트레이드되면서 대신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드래프트 전체 13번째(2차 2라운드)로 지명된 이주형은 빠른 발과 장타력, 그리고 폭넓은 수비력까지 갖춘 기대주다. LG 자체에서도 그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크게 봤다. 정상적이라면 다른 팀에 내줄 리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승에 간절했던 LG는 외국인 투수 플럿코가 빠져 마운드에 공백이 생기자 그를 대가로 최원태를 데려왔다. 당시 LG 고위 관계자들은 그의 이적을 반대했고, 팬들 역시 아쉬움을 많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주형에겐 이 트레이드가 기회였다. LG에선 홍창기, 박해민, 문성주 등 국가대표급 외야수들이 있어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주형은 키움 유니폼을 입고 꾸준하게 타석에 나가면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지난해 69경기를 뛰면서 타율 0.326(215타수 70안타) 6홈런 36타점.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보였다. 지난 시즌 이정후가 부상당해 공백이 생긴 중견수 자리도 무난하게 메우며 ‘이정후의 후계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덕분에 3300만원이던 연봉이 올해는 66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경기. 타격하고 있는 키움 이주형.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05

이주형은 올 시즌을 앞두고 최대한 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스윙에 군더더기가 없어지면서 배팅 스피드도 빨라졌고, 그러면서 좋은 스윙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게 본인 판단이다. 시즌을 남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이주형의 목표는 “부상 없이 남은 경기를 모두 뛰는 것”이다. 이주형은 지난해 정규 시즌 막판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했고, 올해 2월에도 같은 부위를 다쳐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가 부상 없이 남은 경기 동안 제 기량을 펼친다면 KBO 리그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초특급 대형 외야수 탄생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