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에 운집한 팬들이 열띤 응원전을 이어가는 모습. 롯데 선수들은 8연승으로 응원가 ‘부산 갈매기’를 열창한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롯데가 8연승을 달린 건 14년 만이다. /롯데 자이언츠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 들썩이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는 지난달 30일 홈인 사직야구장에서 키움을 5대3으로 꺾으며 8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4월을 1위로 끝냈다. 2만2990명 만원 관중은 응원가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며 정상의 쾌감을 즐겼다. 중간에 무승부 없이 내리 8연승은 2009년 7월 10~21일 이후 14년 만. 14승8패로 2위 SSG(15승9패)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간발(0.011) 앞선 1위다. 4월 19일만 해도 8위에 머물던 ‘거인’의 진격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신(新)에이스’와 필승조...선발은 아직

투수 부문에선 불펜이 힘을 내고 있다. ‘3김(金)’으로 불리는 김진욱(21), 김상수(35), 김원중(30)이 연승 기간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3년 차 김진욱은 지난 2시즌 평균자책점이 6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10경기(11과 3분의2이닝) 무실점에 1승 3홀드 12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SSG에서 방출되고 건너온 김상수는 14경기 2승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0.87이다. 김원중은 세이브 2위(7개·평균자책점 3.95)로 초반엔 다소 불안했지만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심재학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필승조로 불리는 불펜진이 연승 기간 동안 선발에서 흔들리더라도 부족함을 다 메워줬다”고 했다. 롯데는 8연승 중 절반을 선취점을 허용하고도 이기는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지난달 27일 한화전서 역투하는 롯데 나균안. /연합뉴스

선발투수로는 나균안(25)이 4월에 5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34 탈삼진 29개로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7년 포수로 입단했으나 3년간 빛을 못 보다(통산 타율 0.123) 2020년 과감하게 투수로 전향했다. 이름도 나종덕에서 개명했다. 이후 3년간 절치부심 끝에 올해 개화(開花)하고 있다. 직구는 시속 140㎞ 초중반대로 빠르진 않지만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 등 7개에 이르는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포수 출신이라 타자들을 심리적으로 흔드는 데 능하다는 평가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집념이 강한 선수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하면서 타자들을 읽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면서 “제구도 좋고 포수 때 볼 배합도 많이 해봤으니 (다른 투수들에겐 없는)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리그 2위(0.89)다.

롯데는 4월 팀 실책이 13개로 삼성(10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고, 득점(112점)도 LG(147점) 다음으로 가장 많다.

◇'봄데’의 저주...5월에도 상승 유지할까

지난해에도 롯데는 4월을 2위로 마쳤다. 그러나 5월 들어 잇따라 연패를 당하며 순위가 뚝뚝 떨어져 결국 최종 8위로 마감했다. 당장 이번주 2~4일 KIA와 3연전이 고비다. KIA에는 지난해 4승12패로 맥을 못 췄다. 올해는 2승1패로 우위지만 KIA 역시 최근 상승세(8승2패)라 장담할 수 없다. KIA에 이어 삼성과 3연전을 펼치는데 지난해는 7승8패1무, 올해는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나균안을 제외한 선발진은 1~3선발인 댄 스트레일리(35), 찰리 반즈(28), 박세웅(28) 등이 아직 제 몫을 못 하고 있어서 문제다. 스트레일리가 2패 5.82, 반즈 1승1패 7.58, 박세웅 1패 5.12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살아나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외부 FA(자유계약선수) 3명에 거액을 썼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4년 80억원에 영입한 포수 유강남(31)은 0.232에 1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다. 4년 50억원 유격수 노진혁(34)은 0.257 1홈런 15타점. 다소 아쉽다. 4년 40억원 투수 한현희(30)는 2승2패 평균자책점 7.17이다. 노진혁과 유강남이 수비에선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지만 공격은 기대 이하다.

주축 타자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한동희(24)가 0.169, 베테랑 정훈(36)은 0.083으로 바닥을 치고 있다는 부분도 개선 사안이다. 두산에서 방출돼 거저 줍다시피 한 노장 안권수(30)가 0.318 2홈런 12타점 득점권 타율 0.455로 분전하는 게 위안일 정도다. 안권수 연봉은 8000만원. 정훈은 3억원, 한동희는 1억9260만원이다.

중간계투로 초반 분투하고 있는 신정락(36·2승 평균자책점 4.05)과 윤명준(34·3홀드 4.26)은 모두 30대 중반이라 갈수록 처질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아직 120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롯데가 계속 승승장구할지는 시선이 엇갈린다. 양 위원은 “한 경기씩 효과는 볼 수 있다.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롯데 선수층이 두터워진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초반에 부진한) 외국인 투수들까지 가세하면 완전체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심 위원은 “아직은 (롯데의 상승세를) 예상하긴 어렵다”면서 “지난해 상대전적에서 절대 열세였던 KIA와 SSG, 키움을 얼마나 잘 요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