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센터 라인’이 드디어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6일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는 메이저리거 출전이 허용된 첫 WBC 공식 평가전이었다. 빅리거 키스톤 콤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출전해 호흡을 맞췄다. 특히 2루수로 나선 에드먼이 호수비를 펼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호수비 쇼 펼친 에드먼

센터 라인은 홈플레이트 뒤 포수와 그라운드 가운데에서 수비하는 2루수, 유격수, 중견수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들의 수비가 팀 수비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들이 공격력까지 겸비하면 타선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 에드먼과 김하성이 합류하며 미국·일본 등 강팀에 밀리지 않는 센터 라인을 완성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날 현장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지켜본 박찬호 KBS 해설위원은 “에드먼은 수비에서 굉장히 돋보이고, 스위치 히터로서 타석에서도 빈틈이 없을 것”이라며 “김하성은 해외에서 수비가 오히려 더 좋아졌고, 타격 면에서도 메이저리그의 좋은 투수를 상대하다 왔으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에드먼과 김하성의 수비력은 MLB(미 프로야구)에서도 상위권이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2022시즌 수비 WAR(승리 기여도)에서 에드먼은 내셔널리그 3위, 김하성은 6위에 올랐다.

대표팀 데이터 수집·분석을 맡은 심재학 코치는 에드먼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 글러브를 다루는 것부터 국내 선수와 테크닉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에드먼은 6일 경기에서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타구 판단을 여러 번 뽐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김하성은 5회까지 3루수를 맡은 뒤 6회부터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위치를 옮긴 직후인 6회에 실책을 한 개 범했다. 그렇지만 김하성은 “3루수, 유격수, 2루수 어디든 나갈 수 있다”며 “에드먼은 워낙 좋은 선수라 호흡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드먼과 김하성은 공격에서도 팀 테이블 세터(1·2번 타자) 중책을 맡았다. 1번 타자로 나서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친 에드먼은 “일본 투수의 구종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포크볼 등 변화구를 많이 던져서 그런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하성은 2번 타순에서 4타수 1안타를 쳤다.

◇평가전 졌지만 “호주전 맞춰 준비”

이정후(25·키움)는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공수의 중심에 섰다. 그는 팀에서 유일하게 안타 두 개를 쳤다. 9회 말에는 박해민의 짧은 안타 때 공격적인 주루로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렸다. 이정후는 “9일 호주와의 도쿄 라운드(조별 리그) 첫 경기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이 두 번째 WBC인 베테랑 양의지(36·두산)는 그동안 국제 대회 타격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포수 수비와 투수 리드에선 여전히 국내 최고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양의지는 젊은 투수 리드에 중점을 둬서 기용하는 것”이라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편한 타순을 주겠다”고 했다. 양의지는 6일 경기에선 하위 타순인 7번 타자로 나섰다.

대표팀은 경기에서 2대4로 졌다. 결과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지만, 오릭스 2군급 선수들을 상대로 실점하는 과정이 다소 아쉬웠다. 선발 유격수로 나선 오지환(LG)은 2회 실책 연속 두 번으로 2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8회까지 안타 6개를 쳤음에도 무실점에 그치다 9회에 3안타와 희생 플라이를 묶어 2점을 만회했다.

한 일본 기자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강철 감독에게 “주력 멤버가 아닌 오릭스 2군급 선수들에게 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2군이든 어떤 팀이든 투수 한 명이 잘 던지면 이길 수 있는 것이 야구”라고 답했다. 이날 오릭스 선발로 나선 구로키 유타는 포크볼을 앞세워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 감독은 “투수들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며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도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0-4로 뒤진 7회 타자를 상대하던 도중 목 근육통으로 김원중과 교체됐다. KBO는”목덜미 기준으로 오른쪽 어깨 방향으로 근육통이 생겨 아이싱 중”이라고 밝혔다.

/오사카=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