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두산)이 WBC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일 KIA와의 연습 경기에서 투구를 하는 모습. 이날 5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그는 “첫 실전 등판이었는데 만족스럽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곽빈은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같은 배번 61을 달았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투수로 꼽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을 단 당찬 투수가 있다. 성인 국가대표팀은 처음이지만, 첫 실전 등판부터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이강철 대표팀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곽빈(24·두산). 그는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대표팀과 KIA의 연습 경기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다섯 타자를 상대, 단 한 명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선 투수들이 아웃카운트와 관계없이 20개 정도를 던지며 1이닝 안팎의 이닝을 소화했다. 곽빈은 총 18개를 던졌고, 다섯 타자 중 2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8㎞가 찍히자 양 팀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이날 소형준(KT)도 좋은 피칭을 했지만, 곽빈의 공이 더 묵직하고 강한 인상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8대2로 이겼다. 김혜성(키움)이 안타, 2루타, 3루타를 하나씩 치며 맹활약했고, 17일 NC전 홈런포를 쐈던 강백호(KT)도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이어갔다. 박건우(NC), 오지환(LG), 이지영(키움) 등도 2안타씩 뽑았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오늘의 MVP(최우수 선수)는 단연 곽빈이다. 호주(두산의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어온 것 같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곽빈은 “원래 1월 말부터 시작하던 캐치볼 훈련을 이번엔 12월부터 시작했는데, 몸 상태가 잘 올라온 것 같다”며 “첫 실전 등판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괜찮았고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61번을 다는 곽빈의 소속팀 두산 등번호는 47번이다. 대표팀 중심 타자인 나성범(KIA)과 등번호가 겹치는 바람에 남은 번호를 살펴보다 박찬호의 등번호를 선택했다고 한다. 곽빈은 “어린 시절 박찬호 선배님이 WBC에서 뛰던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한다”면서 “61번을 달고 박찬호 선배님의 반만큼이라도 활약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찬호는 초대 대회였던 2006년 WBC에서 4경기 10이닝 무실점 3세이브로 활약,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과 KIA 타이거즈와의 평가전에서 3회말 WBC 대표팀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이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곽빈의 활약은 투수진이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대표팀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타선은 17일 NC전 14안타에 이어 이날도 19안타를 뽑는 등 타격감이 뜨겁지만, 투수진은 WBC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으며 정상 구위와 제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KIA에게 9안타와 5볼넷, 몸에 맞는 볼 2개를 내줬다. 폭투도 3개나 나왔다. 이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 연습 경기(27일 LG전)까지는 적어도 7~8명은 제 컨디션을 찾아야 하는데, 컨디션이 올라가는 속도가 늦는 선수들이 있다”며 “다들 처음 던진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투손(애리조나)=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