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정우람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20), 김서현(19), 윤산흠(24) 등 젊은 한화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11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메리베일 베이스볼 파크에서 울려 퍼졌다.

이곳은 MLB(미 프로야구) 밀워키 브루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장소. 한화는 인근 메사의 벨 뱅크 파크에 지난달 말부터 캠프를 차리고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5일에 이어 11일 메이저리그 팀의 훈련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료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바라보던 정우람(38)은 “19년 전 미국에 처음 전지훈련 왔을 때도 시설이 좋았다”며 “그때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는 만큼 내가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후배들도 여기서 그런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 정우람은 올해 데뷔 20년 차다. 한국시리즈 우승 두 차례(2008·2010년)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올해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 주장이 됐다. 현재 KBO 10구단 주장 중 가장 나이가 많다. 팀 내 최고 베테랑이 주장을 맡는 경우는 드물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된다”며 정우람에게 직접 주장 역할을 제안했다.

정우람은 “선수단 기강을 잡기 위해서라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오프시즌은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전임 주장 하주석은 작년 11월에 음주 운전을 했다가 적발돼 올해 70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신인 투수 김서현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코치와 팬을 험담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정우람은 “KBO와 구단, 코칭스태프가 항상 선수들을 교육하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야구 외적으로 자제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목표는 팬들에게 인정받는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죽을힘을 다해 야구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정우람은 “모두 프로이기 때문에 기량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겠지만, 경기와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선 지적하겠다”라고 했다. 승부를 일찍 포기하거나,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태도는 절대 팬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후배들이 훈련 시간을 마친 다음에 코치들을 따라다니며 더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적극성도 보이길 기대한다.

정우람은 올해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상 등 변수가 없다면 KBO 투수로는 최초로 10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역대 투수 최다 출장(952경기) 기록을 갖고 있다. 세이브 3개를 추가하면 통산 200세이브를 채운다.

정우람은 “1000경기 출장 기록은 솔직히 욕심이 난다. 그렇지만 무리하다 다치면 주장 역할까지도 제대로 못 하게 된다”라며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주장 역할에 70% 이상 비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데뷔한 해에 태어난 선수들이 팀에 들어왔다. 때론 카리스마 있게, 때로는 부드럽게 후배들을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닉스(애리조나)=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