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에서 열린 SSG와 키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SG 김강민(왼쪽)이 2-4로 뒤지던 9회말 무사1·3루 상황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친 뒤 팀 동료 추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40세 베테랑이 끝냈다.

SSG 김강민은 7일 키움과 벌인 한국시리즈 인천 홈 5차전에서 2-4로 뒤지던 9회말 무사 1·3루 기회에서 8번 타순의 대타로 나섰다. 상대 마무리투수는 4차전에서 세이브를 올렸던 최원태였다.

2스트라이크에 몰렸던 김강민은 3구쨰로 시속 144㎞짜리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자 강하게 받아쳤다. 타구는 115m를 날아가 왼쪽 담장에 꽂혔다. 5대4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대타 끝내기 홈런’은 역대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김강민은 1일 1차전에서 9회 대타로 동점 솔로포를 터뜨려 역대 포스트 시즌 최고령 홈런의 주인공이 되더니, 엿새 만에 자신이 가진 기록을 40세 1개월 25일로 갈아치우며 극적인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MVP(최우수선수)로 뽑힌 김강민은 “무조건 내가 치기 좋은 공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냈다. 이게 팀의 기운 아닐까. 끝내기 홈런은 처음 쳐 본다”고 말했다.

7전 4선승제 시리즈를 3승 2패로 앞서나간 SSG는 남은 2경기 중 1승만 하면 2018년(전신 SK)에 이어 4년 만에 정상에 오른다. 6차전은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키움은 타일러 애플러, SSG는 윌머 폰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SSG는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에게 6회까지 안타 2개와 사사구 4개만 얻었을 뿐, 1점도 뽑지 못했다. 삼진은 6개를 당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5회 말 공격을 앞두고 심판에게 “안우진의 손가락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안우진이 이닝을 마칠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가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심판이 확인한 결과 부정의 흔적은 없었다. 1차전에서 오른손 중지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 피가 나면서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안우진은 이날 부상 후유증 없이 공 100개를 뿌렸다. 직구 49개의 최고 스피드가 시속 157㎞, 평균은 154㎞일 만큼 위력적이었다.

SSG는 5회 1사 1·3루에서 대타 전의산이 병살타를 치고, 6회 2사 만루에선 후안 라가레스가 내야 뜬공으로 아웃되면서 득점 기회를 놓쳤다. 4차전 때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연속 만루를 만들고도 2점을 올리는 데 그쳐 3대6으로 졌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8회말 최정의 2점 홈런에 이어 9회 김강민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궜다.

김원형 SSG 감독은 “야구 하면서 몇 번 안 되는 대단한 경기를 선수들이 펼쳐 보였다. 김강민과 포옹하려고 했더니 ‘아직 한 경기 더 남았으니 내일 하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경기 후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구단 관계자들과 환호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뜨자 2만2000여 만원 홈팬들도 열광했다. SSG는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둔 오후 5시 30분에 ‘김원형 감독과 재계약 방침을 정했다.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에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오후 4시에 구장을 찾은 구단주가 재가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올해 2년 계약이 끝난다. 류선규 SSG 단장은 “야구계가 지금 어수선해 현장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금 발표했다. 감독님이 안팎으로 불안해보였다”고 말했다. 야구계 일각에선 SSG가 우승하지 못할 경우 감독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류 단장은 “김 감독과의 재계약은 이미 정규 시즌이 끝나고 결정된 사안”이라며, 한국시리즈 전 재계약 합의 발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만 답변했다.

키움은 초반부터 SSG 선발 김광현(5이닝 3실점)을 공략하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믿었던 최원태가 무너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혼신의 힘을 다한 안우진이 승리를 따지 못해 아쉽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인천=성진혁·김영준·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