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동창 죽마고우의 ‘부름’에 한 번에 달려왔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9)의 이야기다.
박찬호가 5일 SSG와 키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이 열리는 고척을 찾았다. 전날 2대8로 지며 시리즈 전적 1승2패 수세에 몰린 키움의 홍원기 감독이 그에게 “오늘 있는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응원을 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어제 전화를 받고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박찬호와 홍 감독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를 거쳐 학창시절 내내 야구를 하며 동고동락했다. 고교 졸업 후 박찬호와 홍 감독은 각각 한양대와 고려대로 진학했다. 둘은 또 다른 동창인 손혁 현 한화 이글스 단장과 함께 야구 최고의 황금세대로 꼽히는 ‘전설의 92학번’이었다.
박찬호는 한양대에서 졸업하기 전 LA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인 1호’로 MLB(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통산 124승 98패를 올린 후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와 한화를 거쳐 2012년에 은퇴했다. 한국인 최초로 MLB 100승을 달성했고, MLB 아시아인 최다승에 빛난다.
홍 감독은 고려대 이후 한화에 입단해 두산과 현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08년 은퇴 이후 키움에서 코치를 지내다 작년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감독 2년차인 올해 키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고교 후 걸은 길은 달랐지만, 둘은 진한 우정을 유지해왔다. 박찬호는 가장 의지하는 친구로 홍 감독을 꼽곤 한다. 박찬호는 홍 감독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야구를 했는데 인품도 훌륭한 친구다. 그를 존경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제 어설픈 판단이지만 키움엔 도전하는 용기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찬호는 경기 전 홍 감독을 만나 격려의 인사를 나눴다. 경기 시작 후엔 1루쪽 홈 관중석에 앉아 키움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몰려든 어린이팬들에게 흔쾌히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홍 감독은 “박찬호가 ‘승리 요정’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날 키움은 SSG를 6대3으로 꺾으며 홍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다. 홍 감독은 경기 후 “나머지 경기에도 다 오라고 해야 할 듯 하다”고 농담을 건네면서 “(박찬호가) 와서 큰 힘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