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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가 지난해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수 ‘쿠동원’ 윌리엄 쿠에바스(32·베네수엘라)와 4시즌만에 헤어진다.

KT는 18일 “쿠에바스 대신 좌완 투수 웨스 벤자민을 연봉 33만1000달러(약 4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낫지 않는 오른 팔꿈치 통증이 문제가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6월에도 복귀가 어려운 상태고, 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면서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라 너무 안타깝지만 어렵게 교체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올 시즌 KBO리그 첫 외국인 선수 교체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쿠동원 드라마’를 쓰며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다사다난했기에 더욱 극적인 드라마였다. 그는 이강철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19년 한국에 왔다. KBO리그 데뷔 첫해 13승(10패), 이듬해 10승(8패)을 거두며 순조롭게 재계약을 해왔다. 자기 공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유달리 강해 이강철 감독과 ‘밀당 면담’을 거듭하기도 했다.

작년엔 시즌 초 성적이 급강하했다. 보다 못한 이 감독이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려 했지만 그는 끝까지 거부했다. 대신 여름부터 벌떡 일어나 KT의 1위 질주에 앞장섰다. 8월엔 자신을 보러 한국에 온 아버지가 코로나 합병증으로 별세하는 일을 겪었다. 당시 KT는 우승 경쟁에 한창이었지만 쿠에바스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를 각오를 하고 그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선수단의 진심에 감동한 쿠에바스는 약 3주 만에 복귀를 결정하고 “아버지를 위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9월부터 더욱 불타올랐다.

절정은 10월 31일 삼성과 치른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이었다. 사흘 전 NC를 상대로 7이닝 2실점 호투를 했는데 불과 이틀만 쉬고 선발로 다시 나와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나흘 사이에 207구를 던졌다. 그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도 나와 7과 3분의 2이닝 1실점 역투로 팀의 4승 무패 통합 우승을 위한 발판을 놨다. 팬들은 그에게서 1984년 롯데의 우승에 앞장섰던 고(故) 최동원의 희생을 떠올리게 한다며 ‘쿠동원’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는 올 시즌도 개막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에이스다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2경기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8위로 처진 KT는 그의 복귀를 손 놓고 기다리기 어려웠기에 결국 한 달 만에 교체를 결정했다.

새로 KT에 합류하는 벤자민은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5라운드)을 받아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동안 21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11경기 32승 29패, 평균자책점 4.60이다. 이 감독은 “작년부터 영입 리스트에 있던 선수”라면서 “우리 선발들이 모두 우완이라 좌완을 데려오고 싶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벤자민은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 등을 거친 후 6월 초 KT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