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억원. 미국 진출 2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투수 김광현(34·SSG)의 올해 연봉이다. 단연 국내 역대 최고액이며, 해외에서도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액수다. 종전 기록이었던 같은 팀 야수 추신수(40)의 연봉 27억원의 3배에 달한다.
김광현의 올해 연봉 액수는 1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입단식을 앞두고 공개됐다. 이번에 역대 최대 규모인 4년 총액 151억원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인센티브(20억원)를 제외한 131억원 중 81억원을 올해 받고, 50억원은 2023년부터 3년에 걸쳐 나눠 받는다.
“무엇보다 SSG에서 저를 필요로 해서 (국내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이제 제가 할 몫은 그 믿음을 확신으로 바꾸는 겁니다.”
김광현은 이날 ‘역대 최고 연봉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81억원이란 금액이 나오는 데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에 대한 구단의 믿음이 있었지만, 다른 요소도 영향을 줬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김광현은 MLB 노사 분규로 인한 직장 폐쇄로 ‘FA 미아’가 됐다. 김광현은 MLB에서 아직 경쟁력이 충분함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4개월 넘게 속앓이를 했고, SSG의 적극적 구애에 마음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겨우 사흘 뒤 MLB 노사가 합의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김광현은 “빅리그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마음을 접는 건 순식간이었고, SSG와 계약하면서 ‘내일 직장 폐쇄가 풀리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제도적 요인도 있었다. 2년 전 김광현은 FA 계약 기간(4년) 중 1년을 남겨두고 임의탈퇴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이로 인해 김광현은 이번에 SSG와 FA 계약 대신 계약금 없는 ‘비(非)FA 다년 계약’을 했다. 또 내년부터 KBO 리그에 시행되는 샐러리캡(구단별 연봉 총액 상한)도 올 시즌 연봉이 유독 높아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류선규 SSG 단장은 “계약금이 없어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계약 기간 4년간 구단 자금 상황을 감안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SSG 구단주(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도 김광현의 발길을 붙잡았다.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도 김광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광현은 “팀이 (SK에서) SSG로 바뀌면서 많이 메이저리그화됐다고 생각한다. 팀 동료들은 마치 한두 달 만에 본 듯한 느낌이지만, ‘2년 전 내가 있던 그 팀이 맞나’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앞서 구단을 통해 “미국에 있으면서 구단주님이 리그 발전을 위해 적극적 활동을 펼치는 걸 보고 나도 같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광현의 미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그가 떠난 직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그는 “그때 4~5개월 동안 운동을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수퍼에서 두루마리 휴지도 살 수 없어 야구장 화장실 휴지를 가져다가 집에서 썼다”며 웃었다. 그는 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적응을 잘할 수 있게 도와준 애덤 웨인라이트, 야디어 몰리나에게 정말 고맙다. 집에 초대해줘서 마당에서 함께 캐치볼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광현은 두 시즌 동안 35경기(28선발) 10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TV로만 보던 선수들을 상대해 영광이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신장 경색으로) 병원에 누워 있다가 돌아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진 경기”고 했다.
김광현은 “저로 인해서 SSG가 우승할 수 있었다는 말을 올 시즌이 끝나고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등판했을 때 팀 승률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 제가 등판하면 우리 팀 야수는 힘을 받고 상대팀 선수는 기가 눌리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비교적 늦게 시즌 준비에 돌입한 그는 “(야외 훈련 대신) 실내에서 하체 훈련이나 러닝을 꾸준히 했고, 오늘 아침에도 공을 60개 던지고 왔다”며 “다음 주 정도에 시범경기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인천=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