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발 미란다가 9회초 투아웃서 2루타를 허용하며 ‘노히트노런’을 놓친 뒤 아쉬워하는 모습.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야구는 9회 투아웃부터’란 말이 있다. 두산 베어스로선 이 말이 확실히 실감 난 하루였다.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프로야구 더블헤더 1차전.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32·쿠바)는 9회 투아웃까지 KIA 타선에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4사구만 2개 내줬다. 피안타 없이 실점을 내주지 않는 노히트노런에 아웃카운트 한 개만 남긴 상태에서 타석에 선 김선빈을 상대로도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다. 미란다는 3구째 키킹 동작을 생략하고 빠르게 던지는 퀵 모션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미란다의 변칙 투구에 김선빈은 당하지 않았다. 김선빈이 받아친 공은 3루수 옆을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2루타가 됐다.

대기록 무산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미란다는 마운드를 찾은 정재훈 투수코치에게 “내가 경기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타자인 최형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KBO 리그 데뷔 후 첫 완봉승(9이닝 1피안타 9탈삼진)을 거뒀다. 두산이 KIA를 5대0으로 꺾었다.

미란다가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았다면 KBO 리그 역대 15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좌완으로는 2000년 5월 송진우(한화) 이후 두 번째 기록이 될 뻔했다. 송진우 다음은 2014년 찰리 쉬렉(NC), 2015년 유네스키 마야, 2016년 마이클 보우덴(이상 두산), 2019년 덱 맥과이어(삼성) 등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노히트노런의 영광을 가져갔다. 미란다는 경기 후 “하나도 아쉽지 않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좋은 투구를 펼쳐 기쁘다”고 말했다.

KBO

두산은 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대기록이 날아갔다. 두산은 9회초 2사까지 KIA에 2-1로 앞섰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이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두산 선발 유희관(35)이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 5월 9일 KIA를 상대로 99승을 올린 이후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며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두산 구원투수 김명신이 9회 2사 3루 상황에서 KIA 최원준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유희관의 승리가 한순간 날아갔고, 두산은 결국 KIA에 2대3으로 역전패했다.

NC와 SSG는 1승씩 나눠 가졌다. NC가 더블헤더 1차전에서 9대2, SSG가 2차전에서 9대4로 이겼다. SSG 최정은 2차전에서 만루홈런을 치며 24개로 홈런 단독 선두에 나섰다. 4위 NC(승률 0.506)와 5위 SSG(0.5054), 6위 키움(0.5052)은 승차 없이 뜨거운 가을야구 티켓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