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팬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지 못하면 시즌 후 현역 입대해야 할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국가대표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이 있었다. 입대를 미룬 두 선수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주전으로 쓰기엔 모자라고 백업이 되기엔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야구계 평가였다. 오지환은 대회에 가서도 2타수 1안타에 그치며 ‘무임승차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 “유격수 수비는 오지환이 최고”
아시안게임 이후 전격 사퇴한 선동열 감독의 뒤를 이어 2019년 1월, 김경문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새로 잡았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던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취재진에게 “오지환·박해민은 절대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3년이 흐른 지난 16일 오지환과 박해민을 포함한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시 그 발언은 공식 인터뷰가 아니고 사석에서 제 작은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김경문 감독은 왜 생각을 바꿨을까.
흔히 유격수를 내야 수비의 사령관이라 부른다. 특히 단기전인 국제 대회에선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유격수가 부진하면 전체 내야가 다 흔들린다.
김 감독은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야 수비가 견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유격수 수비는 오지환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표팀에 투수로 이름을 올린 고영표(KT)와 박세웅(롯데), 김민우(한화), 원태인(삼성)은 올 시즌 국내 선발 중 땅볼 유도 개수가 리그 1~4위다. 땅볼이 많이 나온다면 그만큼 내야 수비가 중요하다.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고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낙점을 받은 이유다.
작년 정확히 3할을 쳤던 오지환은 올 시즌엔 타율 0.234(17일 현재)로 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노진혁(NC)과 심우준(KT) 등의 경쟁자를 제쳤다.
베이징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열린 2008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낸 오지환은 당시 우승 동기인 허경민·박건우(이상 두산)와 이번 대표팀에서 함께한다. 오지환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고3 때 지켜봤던 올림픽은 꿈의 무대였다. 아시안게임 때 못 보여준 것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박해민도 업그레이드
박해민도 논란이 불거졌던 3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올 시즌엔 타율 0.298 25타점 21도루로 맹활약하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끈다. 중견수 수비는 KBO리그 최고라는 평가다. 대수비·대주자 역할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동력이 필요한 경기에선 주전으로 나설 수도 있다. 박해민은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몸을 내던지는 플레이”라며 “올림픽에서도 내 유니폼엔 흙이 잔뜩 묻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병역 논란’에 휩싸인 둘은 이번엔 합법적인 ‘병역 해결 도우미’가 될 수 있을까. 이번 대표팀엔 강백호·박세웅·조상우·김혜성·원태인·이의리 등 군 미필 선수가 6명 있다. 올림픽에선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