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수난사’의 굴레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10년 동안 6명이 사령탑을 맡는 동안 한 명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개막 30경기 만에 사령탑이 바뀌었다.
프로야구 롯데는 11일 허문회(49)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51)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서튼 감독이 그동안 퓨처스(2군) 팀을 이끌며 구단 운영 및 육성 철학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다”며 “이를 바탕으로 세밀한 경기 운영과 팀 체질 개선을 함께 추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 구단 발표 내용이었다.
◇절반도 못 채운 허문회 야구
허 전 감독은 2020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맺은 3년 계약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 경질 사유였다. 허 전 감독은 부임 후 선수단 운영을 놓고 구단 프런트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기존 주전 선수를 고집하고 유망주에게 기회를 덜 주는 성향이 육성 및 리빌딩이라는 구단 기조와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작년 민병헌, 올해 손아섭이 부진에 시달렸지만 라인업에서 빼지 않고 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 운영도 논란이 됐다. 올 시즌 야수를 세 차례 마운드에 올렸고, 지난 8일 삼성전 9회에 포수를 모두 소모하는 바람에 이대호가 자진해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또 2년 차 투수 최준용이 30경기 중 14경기에 출전해 17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끝에 10일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것을 두고 책임론이 일었다.
허 전 감독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성민규(39) 단장과 불화설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시완, 추재현 등 성 단장이 트레이드로 데려오거나 키플레이어로 점찍은 선수를 일부러 쓰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았다. 허 전 감독은 작년 6월 이유를 밝히지 않고 경기 전 인터뷰를 거부하며 자리를 떴다가 다음 날 취재진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당시 “이석환 대표가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팀 내부 불화설에 대해 언급하자 허 감독이 격분해 빚어진 일”이란 뒷말이 나왔다. 허 전 감독은 “미디어와 문제는 아니다. 사적인 일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구단에서 일부 선수를 방출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거나, 2군에서 추천한 선수가 부진했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6명 중도 사임, 잔여 연봉만 21억원
지난 10년 동안 롯데 지휘봉을 잡은 6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당하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롯데는 이들 중 자진 사퇴한 김시진 전 감독을 뺀 나머지 5명에게 잔여 계약 기간 연봉을 지급했다. 허문회 전 감독에게 줘야 할 잔여 연봉까지 합치면 약 21억원에 달한다. 야구계에선 롯데가 계속 갈등을 빚은 허 전 감독을 지난 시즌 후 교체하지 않은 이유는 ‘헛돈을 썼다’는 전례를 되풀이했을 경우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롯데 2군 감독으로 영입된 뒤 1년여 만에 1군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기존 계약(연봉 비공개)에 따라 2022년까지 팀을 이끈다. 올해 KBO 리그 10팀 중 외국인 사령탑은 서튼 감독과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등 3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서튼 감독은 11일 “이상한 타이밍에 감독을 맡긴 했지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좋다고 본다”며 “과감하고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롯데는 이날 SSG와 홈 경기에서 6대7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25세이브를 올리고 올 시즌 평균자책점 0.82였던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8회에 마운드에 올랐으나 1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팀 순위는 최하위(12승19패)에 머물렀다.